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들의 정면 충돌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출구 없는 대치로 치닫고 있다. 특히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나게 되는 3월이 되면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모두 치킨 게임과 같은 대치 상황을 어서 접고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 70%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한 가운데 어제는 아동학회·장애인 단체들까지 건강권을 지켜달라고 호소에 나서 국민 불안이 하루가 다르게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진 공백으로 군 병원에서 닷새간 민간인 32명이 진료를 받았다고 하지만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국민들이 군의 진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정상일 수는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0년 의약 분업에 반대하며 벌어진 의사 파업의 주역이었던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의 제언이 눈길을 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전공의 선생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전공의 집단 행동의 법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재난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는데 이는 정부가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근거가 된다”며 “주동자를 구속하고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 의료계가 위헌소송을 내도 우리 헌법 테두리 안에서는 승소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조언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의료계를 일방적으로 압박만 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리는 만무다. 전공의들의 퇴로를 열기 위해 그들이 내건 조건을 정부가 일정 부분 수용하는 등 사태가 너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복되는 의료인들의 집단 행동에 따른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를 더욱 확대하고,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하는 PA 간호사 등 진료보조 인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차제에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자를 볼모로 한 게임에선 정부, 의사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의료진은 당장 병원으로 돌아와 환자를 지키고 정부는 의료진의 주장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