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에세이집 중에 ‘깡통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슬픈 이야기다. 깡통 할아버지는 30년 독거노인이었는데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가 8억원이나 돼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자격이 안 됐다. 그 할아버지는 평소에 현금이 없어서 전기나 가스를 쓰지 않고 극빈하게 생활을 해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고 살다가, 어느 날 싱크대 앞에서 누운 채로 발견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우리 민법 제1053조부터 제1059조까지는 상속인이 없는 경우의 상속처리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상속인이 있는지 불분명한 경우 피상속인(고인)의 친척, 이해관계인,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은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한다. 상속재산관리인은 피상속인의 재산을 조사해 목록을 작성해야 하고, 유증자나 상속채권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래도 상속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상속인수색공고를 하는데 1년 이상 법원이 공고를 한다. 이때 상속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특별연고자가 있을 경우는 상속재산에 대한 분여청구를 공고가 끝난 후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특별연고자는 피상속인과 같이 거주하거나 피상속인을 요양보호를 했거나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를 말한다. 이러한 특별연고자가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1058조 제1항에 의해 피상속인의 재산이 국가에 귀속된다. 상속인이나 특별연고자가 없어 최종적으로 피상속인의 재산이 모두 국가로 귀속된 후에는 상속채권자는 국가에 대해 채무의 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
지금 매년 국가로 귀속되는 상속재산의 규모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의 통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520억엔(약 4700억원)이었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에 귀속돼 고인의 재산이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사용될 것이니 과연 상속인이 없는 경우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 맞는 일일까?
상속인이 없는 경우 국가에 재산이 귀속되는 이유로는 기본적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무주재산을 관리할 주체가 없을 때 생기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상속인이 없으면 해당 재산은 사실상 방치되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귀속받아 공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그런데 자신이 혼자 죽을 경우 국가로 자신의 유산이 귀속될 것이 예상되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논리가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깡통 할아버지의 경우 자신이 주거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이 있었다. 아니면 주택을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을 상속신탁에 넣어서 매달 생활비를 받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돈이 어떻게 사용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는 유언이나 계약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에 자신의 재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사회적인 제도나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계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상속인이 없는 경우에 국가로 귀속하는 재산에 대해 국가가 그 규모를 제대로 밝히고, 그 재산으로 깡통 할아버지와 같이 기초생활수급자는 되지 않지만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있는 분들을 돕는 것이 어떨까. 깡통 할아버지의 재산도 결국 국가로 귀속될 수도 있으므로 위와 같이 해도 될 것 같다. 그래야 상속인이 없을 때 피상속인의 재산을 국가로 귀속하는 타당한 근거가 생길 것같다. 그냥 국가로 재산이 귀속돼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은 국가가 사유재산을 너무 쉽게 취하는 것으로 부당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때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