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끈질기고 묵직한 울림

  • 등록 2024-10-04 오후 6:56:24

    수정 2024-10-04 오후 6:56:24

(사진=MBC)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이하 ‘백설공주’)가 어느덧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꿀고구마’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답답하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백설공주’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변영주 영화감독의 첫 드라마 데뷔작이고, 배우 변요한이 ‘미스터 션샤인’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TV 드라마로 눈길을 끌었다.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촬영은 2년 전에 끝났지만 편성이 미뤄진 데다, 장르물은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선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설공주’는 묵묵히 이런 우려를 뒤집었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SBS ‘굿파트너’와 동시간대 방송됐음에도 전국 가구 기준 최고 시청률 8.7%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사진=MBC)
‘백설공주’는 기본에 충실한 드라마다.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의도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에 가닿는 작품의 메시지까지 모든 것이 기본을 다한다. 액션을 위한 액션, 판타지를 위한 판타지 없이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펼쳐보였다. 인물들간의 관계와 갈등을 치밀하게 그렸고, 존재해선 안 되지만 어쩌면 이미 익숙한 만연한 사회의 민낯을 현실적으로 다뤄 무력함을 안기기도 했다.

초반에는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 고정우(변요한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후 살인사건이 일어난 10년 전과 현재가 교차되면서 진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하나로 보였던 살인사건이 사실은 두 개의 사건이었고, 주요 인물들이 이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기존 장르물에선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반전을 선사했다.

촘촘히 엮인 캐릭터들의 서사와 배경이 어색하지 않게끔 만든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였다. 고준, 고보결, 이태구, 이우제, 김보라, 권해효, 이가섭, 배종옥, 공정환, 정하은, 한소은 그리고 조재윤, 차순배, 이두일, 박미현, 이정은. 여기에 김미경, 안내상까지. 모든 배우가 그 인물 자체로 분해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중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시청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극 중 인물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캐릭터들의 심리를 계속 추적해나가면서 그 판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백설공주는 누구이고 죽음은 무슨 뜻일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일까. 끈질기고 묵직하게 엉킨 실타래를 풀어온 ‘백설공주’는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나.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어렵게 표현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곱씹어볼 수 있는 드라마, 장르에 충실한 드라마, 각자에게 메시지를 던진 드라마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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