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몰래 한 훈련'이 증명한 넥센의 힘

  • 등록 2014-05-30 오후 9:51:50

    수정 2014-05-30 오후 9:51:50

넥센 서건창이 30일 목동 LG전이 열리기 전 훈련이 모두 끝난 뒤에도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은 채 홀로 훈련하는 모습.
[목동=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넥센은 자율적 훈련을 하는 팀으로 가장 이름 높다. 스프링캠프 부터 시즌이 한창인 지금까지 변함없이 훈련량을 가급적 선수들에게 맡겨 놓는다. 물론 비주전급 선수들은 정해진 팀 훈련을 대부분 소화해야 하지만 일정 기량에 오른 주전 선수들은 스스로 훈련량을 조절한다.

지난 주 5연패에 빠졌을 때도 그 방침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30일 목동 LG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강정호는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만 하고 별도 훈련 없이 경기에만 임했다.

다른 주전 선수들 중에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훈련량을 정했다. 아무래도 상대적인 훈련 시간 자체는 다른 팀들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넥센의 환경이다.

그러나 단 한 선수만은 예외였다. 허문회 타격 코치가 인상까지 써 가며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라”고 윽박질러도 “잠시만요”라며 몇 번이고 방망이를 더 돌리는 선수가 있었다. 넥센 톱 타자 서건창이 주인공이었다.

서건창은 뭔가 맘에 들지 않는 듯, 자신의 타격 차례가 아닐 때도 연신 폼을 이리 저리 고쳤다. 허 코치가 배팅 케이지에서 그를 쫓아 낸 뒤에도 홀로 몇번이고 다시 스윙을 하다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의 독기는 경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서건창은 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자 마자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어 경험이 많지 않은 LG 선발 임정우의 혼을 빼 놓는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초구 볼이 들어오자 2구째는 피치드 아웃을 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선 듯, 주저 없이 2루 베이스를 훔쳤다.

그의 안타와 도루는 다음 타자 이택근의 중전 안타가 나오며 가볍게 선취 득점으로 이어졌다. 넥센은 계속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이후에도 2연속 안타를 치며 2점째를 뽑았다.

서건창은 두 번째 타석에선 찬스를 이어가는 볼넷을 얻었다. 3-1로 앞선 4회 2사 2,3루. LG 정현욱과 최경철 배터리는 까다로운 서건창 대신 이택근을 선택한 듯, 유인구만 던졌다. 하지만 서건창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공을 바라보다 1루를 채웠다.

앞 타석에서 주전 포수 허도환을 경기 초반임에도 빼고 대타 윤석민을 냈지만 삼진을 당하며 분위기가 다운된 상황이었다. 서건창까지 물러났다면 흐름을 완전히 LG로 넘겨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건창은 서둘지 않았고 넥센은 이후 3연속 안타를 폭발시키며 4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서건창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넥센 선발 하영민은 2회 들어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1사 2,3루 위기를 맞은 뒤 최경철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계속된 2사 2루. 하영민은 다음 타자 김용의에게도 1,2루간으로 빠질 듯 한 타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서건창이 어느새 달려들어 공을 건져낸 뒤 1루에서 발 빠른 김용의를 아웃 시켰다. 이 수비가 아니었다면 하영민 역시 초반의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채 허물어졌을 수도 있다.

박병호의 3년 연속 20홈런 선점과 강정호의 4경기 연속 홈런이 밤 하늘을 수 놓은 경기였지만 그를 빼 놓고는 넥센의 승리를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이유다.

넥센이 위태로운 듯 보이면서도 끝내 상위권을 버텨내는 이유를 서건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넥센은 이날 11-5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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