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 5연패에 빠졌을 때도 그 방침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30일 목동 LG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강정호는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만 하고 별도 훈련 없이 경기에만 임했다.
다른 주전 선수들 중에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훈련량을 정했다. 아무래도 상대적인 훈련 시간 자체는 다른 팀들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넥센의 환경이다.
그러나 단 한 선수만은 예외였다. 허문회 타격 코치가 인상까지 써 가며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라”고 윽박질러도 “잠시만요”라며 몇 번이고 방망이를 더 돌리는 선수가 있었다. 넥센 톱 타자 서건창이 주인공이었다.
그의 독기는 경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서건창은 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자 마자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이어 경험이 많지 않은 LG 선발 임정우의 혼을 빼 놓는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초구 볼이 들어오자 2구째는 피치드 아웃을 할 수 없다는 계산이 선 듯, 주저 없이 2루 베이스를 훔쳤다.
그의 안타와 도루는 다음 타자 이택근의 중전 안타가 나오며 가볍게 선취 득점으로 이어졌다. 넥센은 계속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이후에도 2연속 안타를 치며 2점째를 뽑았다.
서건창은 두 번째 타석에선 찬스를 이어가는 볼넷을 얻었다. 3-1로 앞선 4회 2사 2,3루. LG 정현욱과 최경철 배터리는 까다로운 서건창 대신 이택근을 선택한 듯, 유인구만 던졌다. 하지만 서건창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공을 바라보다 1루를 채웠다.
서건창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넥센 선발 하영민은 2회 들어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1사 2,3루 위기를 맞은 뒤 최경철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계속된 2사 2루. 하영민은 다음 타자 김용의에게도 1,2루간으로 빠질 듯 한 타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서건창이 어느새 달려들어 공을 건져낸 뒤 1루에서 발 빠른 김용의를 아웃 시켰다. 이 수비가 아니었다면 하영민 역시 초반의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채 허물어졌을 수도 있다.
박병호의 3년 연속 20홈런 선점과 강정호의 4경기 연속 홈런이 밤 하늘을 수 놓은 경기였지만 그를 빼 놓고는 넥센의 승리를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이유다.
넥센이 위태로운 듯 보이면서도 끝내 상위권을 버텨내는 이유를 서건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넥센은 이날 11-5로 승리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