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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태인은 전날(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문학 SK전에서 5회 선두타자로 나와 초구에 기습번트를 댔다. SK 수비는 전혀 대비도 하지 않던 터. 숨을 죽인 타구는 3루수 최정 쪽으로 굴렀다. 최정이 대쉬해 맨손으로 잡아봤지만 결국 1루에선 세이프가 됐다. 상대의 허를 제대로 찌른 것은 물론 삼성 선수들도 허를 찔린 플레이였다.
비록 점수까지 연결된 건 아니었지만 3번 타자 채태인의 기습번트 안타는 그만큼 절실함의 표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채태인은 상대 선발 레이예스를 상대로 좀처럼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이전 두 타석에선 뜬공, 땅볼에 그쳤다. 삼성이 이날 레이예스로부터 총 12개의 안타를 뽑아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공략하기 어려운 볼은 아니었다.
팀의 중심타자, 거포가 번트를 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정말 한 점이 중요한 승부처에서 보내기 번트를 대는 경우는 있었어도 스스로 살기 위해 번트를 댄 경우는 프로 들어 처음이라는 것이 채태인의 말이다. 채태인은 “아마추어 때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태인이가 번트를 댈 줄은 몰랐다. 안맞고 있는데다 얼마나 치고 싶었으면 그랬겠냐”면서 그런 채태인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채태인은 “수비수들이 전혀 대비를 하지 않고 있으니 안맞을 땐 기습번트 안타도 한 번씩 노려보면 어떨까 싶다”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