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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런던 헌트 앤드 컨트리클럽(파72·6656야드)에서 열린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에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유소연은 2위 최나연(27·SK텔레콤·21언더파 267타)을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8월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 이후 2년 만에 품에 안은 우승컵으로 2011년 US여자오픈까지 포함해 개인 통산 LPGA 투어 세 번째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33만7500 달러(약 3억4000만원)다.
1라운드부터 줄곧 선두를 달리던 유소연은 단 한 차례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우승이 없던 2년 동안 40개 대회에 출전했던 유소연은 준우승만 4차례 차지했다. 2012년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최나연의 우승을 바라봐야 했고, 지난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박인비(26·KB금융그룹)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2달 뒤 열린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또 한 번 박인비를 넘지 못했고, 올해 마라톤 클래식에서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나마 외국 선수가 아닌 한국(계) 선수들과의 우승 경쟁에서 패했다는 점은 작은 위안이 됐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유소연은 “우승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골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라면 우승을 간절히 기다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 수록 불안해진다. 열심히 했는데 우승이 없을 때 오는 실망감. 그런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유소연은 “작년 한화클래식에서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우승을 내줬던 기억이 있어서 마음을 많이 졸였다”며 “하지만 실패를 통해서 많은 배움이 있었는지 내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 큰 벽을 넘은 것 같아 홀가분하다. 남은 대회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태극 낭자군, 하반기 대반전 예고
이날 유소연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는 최근 3개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식은 줄 알았던 ‘골프 한류’가 다시 LPGA 투어를 강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올해 7월까지만 해도 단 1승(매뉴라이프 클래식)밖에 올리지 못할 정도로 미국 선수들에게 완패를 당했다. 2012년 8승을 합작했고, 지난해 10승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성적표였다.
또 하나. 대회 마지막 날 리더보드 상위권을 태극기로 물들였다. 올림픽이었다면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석권한 것으로 한국 선수들의 최근 상승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 결과다.
2위 최나연은 이날 경기만 따지면 67타로 유소연을 2타 앞선다. 역전의 꿈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최나연의 추격은 유소연에게 큰 자극이 됐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했다. 최나연 입장에서 준우승은 다소 아쉬운 결과지만 21언더파로 자신의 LPGA 투어 최다 언더파 기록도 경신했고, 올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우승도 머지 않았다는 점도 입증했다.
박인비는 3위로 3주 연속 톱5에 올랐다. 내용도 훌륭했다. 이번 대회에서 총 105개의 퍼트 수를 적어냈고, 라운드당 평균 26.25개를 기록했다. 2라운드에서 30개로 아쉬움을 남겼을 뿐, 나머지 날에는 모두 25개의 ‘짠물 퍼트’를 뽐냈다.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1위다.
골프는 분위기가 성적을 좌우하는 운동이다. ‘국가대표’라는 마음으로 투어에 임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분명히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어질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연승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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