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철수 감독 예술투혼, 작품으로 영원히 남을 것"

14일 한국영상자료원서 추모식
  • 등록 2013-03-14 오후 9:25:45

    수정 2013-03-14 오후 9:25:45

지난달 19일 교통사고로 별세한 故 박철수 감독.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외롭고 고단한 영화 창작의 길을 기꺼이, 묵묵히 걸었던 박철수 감독의 영화예술에 대한 투혼은 그가 남긴 작품으로 영원히 남을 겁니다.”

14일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는 지난달 19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박철수 감독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선 고인이 2년 전 제작에 참여한 영화 ‘마스터클래스의 산책’ 언론·배급 시사회도 함께 마련됐다.

이날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고인은 한국영화 뉴웨이브의 대표주자로서 한국영화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라며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한 명장이었다. 또 자신만의 고유하고 탁월한 영상세계로 한국영화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었다. 마지막까지도 한국영화의 세계 무대 진출과 후학 양성에 열정을 쏟으며 영화와 함께 살다갔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영화 ‘마스터클래스의 산책’ 공동 연출을 맡은 이두용, 이장호,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경영·명계남·박원상 등 여러 영화인과 고인의 유족이 자리를 함께해 슬픔을 나눴다.

영화를 함께 찍은 동료 감독들을 대신해 이날 무대에 오른 이장호 감독은 “추도문을 작성하려다 문뜩 생전 박 감독을 생각하니까 박 감독 작품처럼 형식 없이 하자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박철수 감독은 참 행복하게 죽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끝내고 일하는 현장에서 죽었다는 것이 복스러운 죽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영화판을 보면 작품은 하나도 못 하면서 영화 정치인이 돼서 영화계를 돕는 게 아니라 망치는데 앞장서는 노인들이 많은데, 그런 걸 보면 박 감독은 얼마나 행복하게 살다간 것인가. 하늘에서 박 감독이 할 말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그의 말을 들을 수는 없지만 짐작은 간다. 죽어보니 이렇더라. 살아 있을 때 어떻게 살아야 바르게 사는 건지 생각해보라고 하지 않겠나. 그러니 슬퍼하지 말자”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또 고인과 함께 만든 이 영화에 대해 “한국의 영화감독들이 한데 모여 영화를 만드는 것이 힘든데, 좋은 기회에 이동삼 촬영감독이 아이디어를 내 감독 네 명이 각자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 단편을 만들자 해서 나오게 된 작품”이라며 “박철수 감독이 가장 젊은 영화를 만들었고 내가 가장 늙은 영화를, 정지영 감독은 아주 현실적인 영화를, 이두용 감독은 굉장히 좋은 예술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고인의 장녀 박가영 씨도 유족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다. 박가영 씨는 추모사를 읽는 내내 울먹였다.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겠다며 시나리오를 쓰며 열정을 내뿜던 당신의 모습이 아직도 제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당신은 디렉터 체어에서 영화를 찍다 조용히 눈감고 싶어하셨습니다”라고 아버지를 떠올렸다. 이어 “보고싶습니다. 죽도록 그립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꿈꾸는 청년 박철수가 보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온 가슴에 있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더 깊이 만나고 있습니다. 당신은 자랑스런 내 아빠, 영화감독 박철수입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박철수 감독 추모식과 함께 상영된 영화 ‘마스터클래스의 산책’은 한국의 대표감독 네 명이 ‘서울의 빛과 그림자’라는 주제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풀어낸 25분 분량의 단편을 묶은 작품이다. 박 감독은 이 가운데 단편 ‘미몽’에 참여했다. 이 영화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박 감독이 연출한 또 다른 영화 ‘생생활활’ 역시 같은 날 관객과 만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날 추모식을 시작으로 오는 26일부터 2주간 박철수 감독의 대표작 20여 편을 상영하는 특별 추모전을 열 계획이다.

고 박철수 감독 추모식에 참석한 이장호 감독.(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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