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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다.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든 그만 둘 의사는 있다. 그는 “은퇴는 언제든 준비는 돼있다”고 말했다.
은퇴를 결정한 많은 고참들이 그에게 여러 조언들을 건넨다. “화려하게 떠나든 초라하게 떠나든 떠나는 건 어차피 다 똑같다. 선수 생활은 길게 하면 할수록 좋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절정의 순간에서 은퇴를 결심한 선수나, 초라하게 은퇴를 하게 된 선수나 다 같았다. 선수 생활이 그리워지는 건 똑같다.
그럼에도 이호준은 “그래도 난 구차하게 선수 생활을 끌고 가고 싶진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문 NC 감독의 말이 그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호준아. 내가 오더지에 네 이름을 쓸 때 못쓰고 주저하게 되면, 그때 은퇴해라.”
이호준도 동감했다. “대타나 한 번씩 나가서 치는 것보단 멋있게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좀 고민이긴 한데, 내가 몸이 안 되고 체력이 안 되는데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는 “내 타이밍에 빠른 볼이 밀리거나 헛스윙을 자주 하면 그때는 은퇴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어려운 볼도 아니고 실투성 볼이 왔는데 헛스윙을 하면 순발력이 떨어졌나,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럴 땐 머리가 바짝바짝 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 1년을 만들어서 하겠다는 마음도 없고 그럴 땐 은퇴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기록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호준은 올해 통산 8번째 300홈런에 15개, 통산 4번째 1100타점 고지에 68개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
이호준은 “기록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만약 홈런 1개가 남아서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간다면 이해하겠지만 나는 일단 올해 15개 모두 치려고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팀을 위해서도 해야 할 몫이다. 14개에서 홈런이 그친다면 그게 내 선수로서의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5시즌을 맞는 이호준은 긴장 속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몇 년 전부터 그랬다. 언제, 어느 타석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한 타석 한 타석이 지금 이호준에게 정말 소중한 이유다.
사실 은퇴라는 말은 선수들에게 썩 반가운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호준이 이 말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있다. 행복한 고참이라서다. 선수생활 막바지, 이호준은 감독 및 코칭스태프, 구단, 후배들에게 모두 인정받고 있는 고참 선수다.
그는 “이 팀에 온 게 정말 고맙다. 선수생활이 끝날 뻔 했던 건데 좋은 감독님 만나서 잘 풀렸고, 다들(다른 고참들) 나더러 부럽다고 하더라. 정말 NC에 온 걸 잘했고 고맙다. 그렇기 때문에 팀을 위해서 내가 자리에서 밀려난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도 생각하고 있다는 이호준. 구단과 코치 연수를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이호준은 “은퇴 이후엔 가족들과 함께 연수를 갈 계획이다. 이번 캠프 때 처음으로 LA, 샌디에이고 야구장을 가봤는데 정말 뛰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미국 야구도 보고 싶다. 가족들, 구단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구단에서도 해주신다고 하더라. 계획은 좀 짜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호준의 2015시즌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일단 개막 2연전서 8타수 3안타로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이호준. 그가 선수로 유니폼을 벗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 조금 먼 이야기인 듯싶은 2015시즌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