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 김명국 박사가 조연으로 사는 법(인터뷰)

  • 등록 2011-02-08 오후 2:12:15

    수정 2011-02-10 오전 8:26:09

▲ 권범택


[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북한의 핵물리학자 김명국 박사. 배역 설명만 보면 거창함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SBS 월화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저기 납치당하기 바빴고 결국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살해당했다.

김명국 박사 역할을 맡은 배우는 권범택이다. TV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 연극 무대를 통해 잔뼈가 굵었고 최근 `마더` `의형제` 등의 영화에서 얼굴을 알렸다. 드라마에서는 조연도 아닌 단역으로 지나치듯 등장한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아테나`는 권범택에게 기회였다. 배역이 크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감사했다. 한 때의 실패로 연기를 떠나야했던 과거가 있었다. 이를 벗어나는 길은 돌아돌아 다시 연기였다. 영화를 통해 조금씩 이어오던 연기와의 연은 드라마 `아테나`에까지 닿았다.

"처음 촬영할 때 대본에는 지문이 하나 밖에 없었죠. `김명국 박사가 NTS 요원을 따라 도피한다`는 내용이 전부였죠."

배역이 작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역할에 대한 고민은 배우의 기본. `북한에서는 손가락에 꼽는 권력자`라는 `아테나` 김태훈 PD의 설명에 권범택은 고(故) 황장엽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떠올렸다.

"매스컴에 많이 드러났던 것은 아니지만 그분의 모습에서 불안함, 고독함, 외로움 등이 느껴졌어요. 연기를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스가 들어 있었던 거죠. 연기할 수 있는 모델이 있어 표현하기 수월했어요."

`아테나`로 TV 나들이에 나섰지만 연극판에서 권범택은 알아주는 배우였다. 연극배우로 서른 네살의 나이에 내 집 장만에 성공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재벌이라고 권범택을 불렀다. 편하게 연극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잘못 선 보증 한 번이 권범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영화를 제작하던 한 후배와 한 때 히트곡 제조기던 모 가수를 믿었지만 돌아온 것은 차압 딱지뿐이었다.

"그 때 배워둔 게 있죠. 한 겨울에도 따뜻하게 자려면 지하철 자판기 뒤가 최고에요.빨간 딱지가 붙을 때 심정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연극배우에겐 공연 팜플렛이 귀한 재산인데 불행히도 저는 그마저도 없네요."

과거 아픔을 적당한 농담으로 순화시킬 만큼 여유를 찾은 지금이지만 행복했던 과거 기억마저도 덩달아 사라진 것이 마음에 남았다. 그 일을 계기로 권범택은 연기를 뒤로 하고 낙향해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2004년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에 캐스팅됐다. 제작 관계자로 있던 친구가 연이 됐다. 이후 이 영화를 계기로 `아라한 장풍 대작전` `차우` `마더` `의형제`까지 출연할 수 있었다. `배창호 감독`이란 이름이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드라마 `아테나`에까지 연기를 할 기회가 왔다. 권범택은 인터뷰 내내 "감사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만큼 소중했던 기회였다. 권범택은 "TV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른바 `명품 조연`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권범택은 TV 속 명품 조연들인 김갑수, 양금석, 박해미 등과 같은 극단에서 연기를 해왔다. 그 때문일까, 그의 꿈은 다시 무대로 돌아가는 일이다.

"무대를 제작하고 싶어요. 뮤지컬을 제작하고 연출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한국적인 미학은 아직 개척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돼요. 한국적이라는 게 전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퓨전적인 거죠. 동서양을 잇고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우리 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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