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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영화 모두가 호평받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비중 작은 조연. 하지만, 배우 박영서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히 살았다는 평가다.
가장 먼저 `써니`의 흥행에 대해 박영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편집된 부분이 많아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80년대 고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칠공주의 이야기를 다룬 `써니`에서 그는 주인공 나미(심은경 분)의 운동권 오빠로 나온다. 아버지와 밥상머리에서 권력의 하수인에 불과한 공무원 그만두라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경찰에 쫓기는 신세도 된다. 하지만 주인공 칠공주의 이야기를 쫓다 보니 가지치기 된 부분이 많았다.
박영서는 올해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이라는 말에 운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출연 배경을 살펴보면 단순히 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하다.
26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헤드`에선 시체 밀매 브로커 용이 역할을 맡았는데 이 또한 과거 출연한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가 바탕이 됐다. 당시 영화에서 주인공의 시니컬한 친구 역할을 맡았는데 그 모습에서 감독이 가능성을 발견한 것.
박영서는 "악역이지만 천진난만한 모습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새 영화 `헤드`에서 맡은 역할을 설명했다. "극 중 직업이 장의사로 아버지처럼 그를 거둬준 백정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시체 브로커로 나선 것일 뿐, 어찌 보면 굉장히 순수한 인물에 불쌍한 친구"라고 애정을 실어 한마디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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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에는 "그냥 존재감이죠. 아니면 진짜 미친 역할이거나"라고 웃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KBS 1TV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 보조연기자로 출연한 게 시작이었다. 100명의 스님 중 한 명으로 출연해 일당 10만 원을 받았는데 추운 겨울 산속에서 장장 16시간을 대기하며 동상에 걸려 치료비로 50만 원을 날리기도 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떨어진 오디션만도 100편은 족히 될 것"이라고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했다.
단역을 시작으로 만년 조연을 거쳐 지난해 영화 `죽이러 갑니다`로 주연으로까지 성장했지만, 그는 작품에서의 출연 비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주연을 해봤으나 망했고 욕심은 있어도 아직까진 긴 호흡을 책임질 능력이 안된다는 것.
박영서는 "주연 보다 튀지 않으면서 작품과 인물에 제대로 녹아드는 연기를 하는 게 목표"라며 "올여름 개봉하는 `고지전`은 이미 끝났고, 곧 탁구 영화 `코리아` 촬영에 들어가는데 더 많이 배워 `미친 존재감` 소리, 제대로 한 번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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