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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날 등판은 그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고양 원더스에서의 1년을 결산하는 무대였던 셈이다. 지켜보는 이는 거의 없었지만 그에겐 또 한 번의 도전을 정리하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등판이었다.
이상훈 고양 원더스 투수 코치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김수경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수경이 볼이 좋다. 하지만 이러다 또 안 좋아지기도 한다. 오르고 내리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경이가 야구 그만두고 1년이 지났다. 다시 그 때 상태로 돌아가는데 또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중간에 아프기도 할 거고, 다른 곳에 부상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1년을 지나고 나면 뭔가 결정이 날 것이다.”
프로 코치라는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다시 마운드에 선 그다. 딱히 불러주는 곳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스스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문을 두드렸다. 많은 사람이 말렸지만 김성근 감독과 이상훈 코치만은 그를 반겼다.
자, 그렇다면 지난 1년은 김수경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그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했을까.
그리고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욕심을 버리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걸 오늘 김수경과 최향남을 통해 또 배웠다. 내게도 좋은 공부가 된 경기였다.”
이제 김수경의 도전은 1차 관문을 막 통과했다. 다음 관문도 열리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마음과 편견을 비우고 진심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김수경의 다음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게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