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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착한 예능`에는 덫이 있다. 감동을 주지만 재미를 놓친다는 것. 독해져만 가는 예능 속에서 몇몇 프로그램들이 `착한 예능`을 표방하며 반짝 인기를 끌었었지만 그 인기가 지속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붕어빵`은 달랐다. `붕어빵`은 이런 트렌드 사이에서 순수함을 무기로 착한 예능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실 `붕어빵`은 폐지의 위기가 있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 황금 시간대에서 한 자릿수 시청률이 문제였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붕어빵` 시청률을 10% 중반까지 올렸다. `붕어빵`은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기록하던 막강한 경쟁 프로그램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제쳤다. 지난해 11월부터는 P2P 사이트에 `붕어빵` 파일이 공유되기도 했다. 전에 없던 변화다.
◇ 순수의 힘, 시청자를 녹이다 `붕어빵`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아이들의 순수함이다.
`붕어빵` 심성민 PD는 18일 오후 일산 SBS 제작센터에서 열린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프로그램을 새로 맡아 출연진들의 나이대를 대폭 낮췄다. 그 덕에 돌발 상황이 연출됐지만 오히려 즐거움이 커졌다.
심 PD는 "초등학교 5~6학년 대 아이들이 출연하던 것을 7세~9세 정도의 아이들로 교체했다"며 "대화의 맥락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없어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유도하는 질문도 바꿨다. 부모님의 치부(?)를 드러내 웃음을 유도하는 콘셉트를 뒤바꿨다. 아이들의 작은 관심사를 묻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즐거움이 나왔다. 부정적인 재미에서 긍정적인 재미를 찾았다. 말 그대로 `착한 예능`이다.
심 PD는 "8~9가족이 출연하는데 작가들이 한 가정씩 전담한다"며 "일주일에 3일은 각자 맡은 집을 방문해 아이들과 놀아준다. 여기서 얻은 경험들이 `붕어빵`을 만드는 소재가 된다"고 설명했다.
제작과정도 어렵긴 마찬가지. 아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해 30분 이상 녹화가 넘어가지 않는다. 30분을 녹화하면 쉬는 시간은 20분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재롱에 촬영장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하다는 게 심 PD의 설명이다.
◇ 아이들의 순수함, 어른을 바꾸다 "자식 덕 많이 보고 있다."
`붕어빵`에 아들 재민군과 함께 출연하고 있는 왕종근 아나운서는 `붕어빵`으로 인해 어른들이 더 큰 덕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정은표, 이정용, 염경환, 박찬민 아나운서도 모두 이에 공감했다.
박찬민 아나운서는 "아이들 덕분에 SBS의 올해 슬로건 `희망TV` 광고 모델이 됐다"며 "SBS의 이미지를 대표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정용도 "그간 이미지가 강한 악역을 많이 맡아왔는데 믿음이 마음이와 방송하면서 이미지가 많이 중화됐다"며 "주변에서 아이들 칭찬을 많이해 자식 교육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딸 가진 아버지` 박찬민 아나운서도 "지웅 군 부모님이 모두 좋으신 분"이라며 "인연이 이어진다면 가능하지 않겠냐"고 에둘러 싫지 않은 기색을 전했다.
왕재민 군과 김동현 군도 비슷한 성향으로 친해지면서 왕종근 아나운서와 김구라 역시 사적으로 친밀해졌다.
아버지와 아들의 소통도 늘었다. 왕종근 아나운서는 "재민이가 사춘기 무렵인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눈다"며 "덕분에 예민한 시기를 무탈하게 보내고 있다"고 기쁨을 표했다.
염경환도 `붕어빵` 덕을 톡톡히 봤다. 아빠와 뽀뽀도 하기 싫어하던 아들 은률 군은 프로그램을 거듭하며 아빠와 가까워졌다. 두 사람의 자연스런 변화는 시청자들에 내러티브를 선사했다.
심 PD는 "출연진들 사이의 소통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시청자들도 편하게 방송을 접할 수 있게 됐다"며 "그간 예능 프로그램들이 어느 한 시청층만을 공략했는데 `붕어빵`이 이런 트렌드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