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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연예팀]헝클어지고 부푼 머리에 짙은 검은색 눈화장. 그의 붉은색 입술도 시들지 않았다. 그룹 더 큐어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로버트 스미스(54). 중년의 입에서는 여전히 소년의 서정이 흘렀다. 무심한 듯 관능적인 목소리. 시간의 공격도 피해 간 낭만의 목소리는 유효했다. “아이 돈 케어 이프 먼데이 이즈 블루, 잇츠 프라이데이 아임 인 러브(I don‘t care if monday is blue, it’s friday I‘m in love)” 히트곡 ‘프라이데이 아임 인 러브’가 흐르자 들판이 춤췄다. 관객들은 ‘떼창(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일컫는 말)’으로 징글대는 기타 연주에 화답했다. 추억이 현실이 되는 시간. 마흔이 넘어 보이는 중년 남성 관객도 돗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큐어’라서 가능했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공연날은 바로 26일 금요일. 관객들은 ‘프라이데이 아임 인 러브’를 들으며 금요일의 낭만을 즐겼다.
짜릿했다. 무려 35년 만의 첫 만남이다. 무대는 경기도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 내 페스티벌파크에서 펼쳐진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CJ E&M주최)’. 전설의 영국밴드 큐어가 1979년 데뷔 후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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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는 탄탄했다. 세 시간 동안 흐트러짐이 없었다. 로버트 스미스와 ‘글램록의 대부’ 데이비드 보위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큐어의 또 다른 기타리스트 리브스 가브렐스의 기타 협주는 안정적인 단층처럼 쌓여 완성도 있는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로저 오도넬은 녹슬지 않은 키보드 연주로 곡의 화음을 받쳤다.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만큼 무대 영상도 화려했다. 큐어는 무대 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무한대로 펼쳐진 밤거리를 연상케 하는 영상을 쏴 입체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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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트위터 : ‘큐어 공연 때 맨 앞 펜스 잡고 봤다. 세시간동안 꿈만 같았다’(티티마 출신 소이)
▶또 다른 숨겨진 1cm: ‘모두 웃어요.’ 큐어와 같은 날 앞서 공연한 미국밴드 폴리포닉스프리 멤버가 직접 한글로 적은 문구다. 공연 시작 전 무대에 흰색 천을 가로로 펼쳐 스프레이로 뿌려 단어를 적었다. 비치보이스를 연상케 하는 듯 경쾌한 음악이 특징인 그들다운 팬서비스다. 폴리포닉스프리는 이날 ‘홀드 미 나우(Hold me now)’, ‘라이트 앤 데이(Light & day)’ 등을 불렀다. 마지막 곡으로는 너바나의 ‘리듐(Lithium)’을 부르다 직접 무대 아래로 몸을 던져 관객들의 머리 위로 파도타기(관객들이 머리 위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행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까칠한’ 현미경: 편의시설이 아쉬웠다. 빅톱스테이지와 서브 무대인 그린 스테이지를 잇는 공간에 배치된 남자 화장실이 세 개에 불과했다. 27일 하루 동안 현장을 찾은 관객 수는 3만 2000여 명. 이날 현장을 찾은 회사원 유환민(36) 씨는 “남자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해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공연장 입구를 안내하는 표지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길을 찾는데 불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