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발·단신 이겨낸 우상혁, 진짜 세계 최강 등극...파리올림픽 기대감↑

  • 등록 2022-03-21 오후 4:00:06

    수정 2022-03-21 오후 4:00:06

한국 육상 역사상 최초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남자 높이뛰기 간판스타 우상혁.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계 남자 육상 높이뛰기 종목에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우상혁은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뛰어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우상혁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시상대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종전 한국 선수 최고 순위는 1995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남자 400m 손주일이 달성한 5위였다.

‘스마일 점퍼’ 답게 큰 대회의 부담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상혁은 선수 소개 때 특유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밝은 표정으로 “가자”라고 외쳤고 바를 넘을 때마다 포효했다. 손흥민(토트넘)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2m20과 2m24, 2m28을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1차 시기에 성공시킨 우상혁의 최대 고비는 2m31이었다. 1, 2차 시기에서 실패하면서 압박감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우상혁은 무너지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표정이 더 밝아졌다. 막중한 부담을 이겨내고 3차 시기에서 2m31을 넘었다.

우상혁은 내친김에 2m34까지 1차 시기에 성공시킨 뒤 기쁨의 함성을 크게 질렀다. 우상혁이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높이뛰기 챔피언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에서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리스트인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도 제치고 우승했다. 진정한 세계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결과였다.

우상혁은 이미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2m3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했다. 한국 육상이 역대 올림픽 트랙&필드 종목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지난달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대회에서 2m36을 뛰어 자신이 도쿄올림픽에서 세운 한국기록(2m35)을 불과 6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열흘 뒤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실내 육상대회에서도 2m35를 넘어 우승했다.

2022년 세계 육상에서 2m35 이상을 뛴 선수는 우상혁이 유일했다. 세계 랭킹 1위로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 나섰고 대회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우상혁의 세계 정상 등극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이미 알려진대로 우상혁은 짝발이다. 8살 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다. 몸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지만 이를 엄청난 훈련으로 극복했다.

신체조건도 높이뛰기 선수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상혁은 키가 188㎝로 높이뛰기 선수로서 작은 편이다. 이번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5위 안에 든 선수 가운데 키가 190㎝에 미치지 못한 선수는 우상혁뿐이었다.

하지만 우상혁은 ‘짝발’과 ‘단신’의 한계를 딛고, 한국 육상 역사를 다시 썼다. 신체조건의 불리함을 훈련과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어릴때부터 균형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계속하면서 단점을 지웠다.

작은 키는 ‘우상’ 스테판 홀름(스웨덴)을 떠올리며 극복했다. 홀름은 181cm의 작은 키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다. 전성기 시절 2m40까지 뛰었다.우상혁은 홀름의 경기를 수없이 보고 연구한 끝에 단신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점프를 완성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상혁에게 메달을 전한 주인공이 바로 홀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우상에게서 메달을 받았기에 기쁨이 더 컸다.

한계를 깨고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롭게 쓴 우상혁은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날아오르려 한다.

당장 눈앞에 놓인 대회는 올해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한국 선수 가운데 실외 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경보 종목의 김현섭, 단 한 명뿐이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 경보 결선에서 1시간21분17초를 기록,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후 도핑 재검사에서 금지약물성분이 검출된 선수가 대거 나오면서 3위로 올라섰다.

만약 우상혁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시상대에 오른다면 허한국 육상 역사상 두 번째 세계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된다. 금메달이나 은메달을 차지한다면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거두게 된다.

오는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우상혁은 이진택(1998년 방콕·2002년 부산 대회 우승) 이후 20년 만에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 획득을 노린다.

우상혁의 최종 목표는 2024년 파리올림픽이다. 도쿄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만큼 파리에선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을 이룬다는 각오다. 도쿄올림픽에서 공동 우승한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과 탬베리(30·이탈리아)가 2024년에 30대 중반이 된다. 반면 우상혁은 파리올림픽에서도 최전성기인 20대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

우상혁은 대회를 마치고 대한육상연맹을 통한 인터뷰에서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면서 “이제부터는 ‘세계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이 있겠지만, 다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상혁은 “귀국 후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준비하고 이후 국제대회에 참가한다”며 “7월 오리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챔피언에 오른 우상혁은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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