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챔프전 우승 일군 최태웅의 한 마디

  • 등록 2019-03-27 오후 1:39:23

    수정 2019-03-27 오후 1:39:23

2018-2019 남자 프로배구 챔피언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6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승리 후 최태웅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안=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현대캐피탈의 3연승 우승으로 막을 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19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최태웅(43) 현대캐피탈 감독의 한 마디였다.

챔프전 1차전이 열린 지난 22일 인천 계양체육관.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6-9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이때 최태웅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차분하게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끌려가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마치 내리 6점을 몰아치며 15-10으로 승리, 극적으로 1차전을 따냈다. 1차전 승리는 곧 챔피언결정전 승리로 이어졌다. 첫 경기 역전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2차전마저 풀세트 접전 끝에 이긴 데 이어 3차전에서 대한항공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최태웅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꿈은 이뤄진다’는 표현이 나온 것이 생각났다 “별 생각 없이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고 떠올렸다. 감독의 진심 어린 말을 받아들이는 선수의 생각은 다르다. 주장 문성민은 “최태웅 감독님의 짧은 말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큰 힘을 줬다”며 “우리 선수들이 합심해 역전승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의 ‘작전타임 기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4월 9일 OK저축은행과 경기 3세트 22-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너희를 응원하고 있어. 그 힘을 받아서 한번 뒤집어봐. 이길 수 있어!”고 격려했고 거짓말 같은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을 다그치지지 않고 다독이는 최태웅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한국 프로배구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리고 이제는 그만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국 최고의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쉽지 않은 우승이었다. 시즌 전 리그 최고의 토종 레프트 전광인을 영입하고 지난 시즌까지 우리카드에서 주공격수로 활약한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하면서 ‘어벤저스’급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광인을 데려오면서 ‘스피드 배구’의 핵심이었던 세터 노재욱을 보상 선수로 내줘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노재욱을 대신해 주전 세터를 맡아야 할 이승원은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고생했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는 주포 전광인과 파다르가 무릎과 허리 통증 때문에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캐피탈의 저력은 빛을 잃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의 ‘기적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면서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태웅 감독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방송 인터뷰에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펑펑 눈물을 흘렸다. 시즌 내내 고생을 거듭했던 주전 세터 이승원이 떠올라서였다.

그는 “울지 않을 수 있었는데 승원이 얘기가 나오자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며 “ 올시즌 승원이가 유독 부상도 많았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잘해준 게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승원이는 스스로 부족한 줄 알고 더 혹독히 연습했다. 그런 점들이 생각나서 울컥했다”며 “승원이가 이 정도까지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못했다. 이승원은 여오현 플레잉코치와 함께 내 마음속의 MVP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선수 시절 한국 최고의 세터로 이름을 떨쳤다. 한양대 졸업 후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뒤 삼성화재의 실업배구 9연패와 77연승에 앞장섰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국가대표 부동의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화려했던 그의 선수 인생에도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태웅 감독은 2010년 6월 삼성화재로 FA 계약을 맺은 박철우의 보상 선수로 라이벌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화재에 뼈를 묻을 것으로 생각했던 본인으로선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에서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여전히 현대캐피탈 선수 신분이었던 2015년 4월 전격 감독으로 발탁됐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선수에서 감독으로 올라선 것은 한국 배구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전혀 시행착오 없이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감독 부임 후 올해까지 네 시즌 연속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시켰고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두 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최태웅 감독은 “2년 전 우승할 때보다 이번에 더 힘들었다. 2년 전 우승할 때는 차라리 마음 편했다. 올해는 삐걱대는 팀이었기 때문에 상승세가 끊기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불안함이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우승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아가메즈가 부상을 당하는 등 우리에게 운이 따랐다”며 “챔프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정규리그 우승 못한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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