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은 영화 ‘베테랑2’의 개봉을 앞두고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베테랑2‘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이끄는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연쇄 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 수사극이다. 지난 2015년 개봉해 천만 관객이 넘는 관객들을 동원했던 ‘베테랑’의 두 번째 이야기로, 무려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에 예비 관객들의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황정민을 비롯해 장윤주, 오달수, 김시후 등 전편에 등장했던 오리지널 캐스트들이 속편에도 그대로 합류해 반가움을 자아내는 한편, 속편을 빛낼 새로운 얼굴로 정해인이 합류해 큰 주목을 받았다. 전편에 이어 속편에서도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베테랑2’에서 가장 눈에 띄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시리즈에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의 연기변신이다.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전편의 빌런 ‘조태오’와 여러모로 결이 다른 캐릭터다. 서도철은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과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확고한 ‘정의’ 의식을 지닌 인물이지만, 막내경찰 ‘박선우’는 그가 어떤 사안을 보고 내린 판단과 신념이 곧 정의라 믿는 인물이다. 자신의 판단이 곧 명분이 되고, 그 명분을 빌미로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범인을 잡는 행위에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선 서도철과 닮아 보이지만,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다르기에 두 사람은 충돌한다. 정해인은 이와 관련 매체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의 디렉션에 따라 ‘박선우’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존재 자체가 주는 묘한 불쾌감을 표현해내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를 제안하려고 각본 전달하기 전에 정해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술 한잔을 하면서 이 인간이 흐트러질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지켜봤다. 막 흐트러뜨리고 싶어서 열심히 지켜 보는데도 안 흐트러지더라”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분명히 화가 있을텐데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마음 안에 이 사람도 화가 있다. 너무 자신이 정직하게 살려고 하고 실수하지 않고 바른 길을 가려하기 때문에 다른 이가 저지르는 실수에 대한 허용 범위가 적은 경우가 있다. 이 친구도 사실 내면에 그런 면모가 있다”고 자신이 바라본 정해인의 모습을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그런 면모가 확실히 잘 안 드러난다. 그래서 화를 어떻게 다스리는지 물어보니 운동을 한다더라. 아무리 피곤해도 피곤하면 피곤할수록 집에서라도 쇳덩이를 들고 운동해야 잠이 든다는데 저는 그걸 보며 조금 무섭더라. 그래서 오히려 ‘아 이 친구가 가진 안의 용광로 같은 면모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사람 안에 고요한 원자로가 있는 거다. 그런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캐릭터가 박선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산 정약용의 자손이 보여주는 정직한 광기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고 덧붙여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인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사실 이 인물을 배우 스스로도 일정 부분의 혼란을 지닌 채 연기를 진행하길 바랐다”며 “카테고리 바깥에 존재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손에 잡히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현상같은 캐릭터로 비춰지길 바랐다. 그런 면들이 정해인 특유의 맑은 눈빛과 더해지니 보신 관객 입장에서 더한 무서움으로 느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도 부연했다.
‘모가디슈’, ‘밀수’에서 작업한 배우 조인성이 뜻밖의 지원군으로 활약해준 미담도 전했다. 류 감독은 “제작보고회, 시사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정해인이 이 시리즈에 합류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황정민 배우가 다 같이 잘해보자는 의미로 남양주 MT를 기획해 떠난 적이 있다”며 “그때 특별출연해준 게 조인성이다. 조인성이 와서 정해인한테 ‘류승완 감독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란다’ 달래며 부담을 많이 풀어줬다. 그런 점에서 조인성에게 되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역시 조인성의 인성”이란 어록까지 탄생시켜 웃음을 유발했다.
‘베테랑2’는 오는 1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