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만점 없는 인생···그냥 달릴 뿐이죠"(인터뷰①)

영화 `돌이킬 수 없는`, "불쌍한 두 친구 이야기"
  • 등록 2010-11-04 오후 3:22:39

    수정 2010-11-04 오후 6:37:50

▲ 김태우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두 남자가 있다. 과거의 잘못으로 `범죄자`로 낙인 찍힌 사람과 잘못 찍은 낙인으로 `범죄자`가 되는 사람. 두 사람은 선후가 다를 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태우(39)의 새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은 이렇듯 제목에서부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 작품이다. 영화는 애지중지하던 일곱 살 딸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고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 온 남자가 아동 성폭행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이 영화에 형사로 출연한 배우 정인기는 `라면`에 빗대 작품을 소개했었다. `나라면, 너라면, 우리라면 어땠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라는 것.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아버지 노충식으로 분한 김태우는 `불쌍한 두 친구 이야기`라고 영화 소개를 새롭게 했다. 어쩌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 모를 두 남자의 충격적인 파국이 그를 이 영화로 이끌었다.

김태우는 "오랜만에 재미있는 상업영화에 출연했는데 이번에도 작품성이 주목받고 있어 내심 불안하다"며 눙쳤다.
 

그도 강조해 말했지만 김태우는 상업배우다.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해 1997년 `접속`,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화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이후 10년간 그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영화가 대부분에 그 가운데에서도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과 같은 작가주의적 영화가 특히 도드라진다.

김태우는 "의도한 건 아닌데 자신을 둘러싼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버렸다"며 난감해했다. TV 출연을 꺼리지도, 작가주의적 영화에만 출연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배우 김태우는 진지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에만 출연한다` 식으로 소문이 나 있더라는 것이다. 그가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데에는 그와 작업한 감독들이 하나같이 너무 잘 나간(?) 탓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의 출연작 가운데 세계 유명 영화제에 출품되거나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이 유독 많아요. 오죽하면 신인감독이 김태우랑 작업하면 해외 영화제 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다 생겼을까요. 물론 좋은 일이긴 한데 저한테는 약간의 부작용도 있는 게 사실이에요. 소문 좀 내주시죠. 저 드라마도 하고요, 코믹 연기도 맡겨만 주시면 잘할 수 있다고 말예요."(웃음)

김태우는 자신과 같은 연예인은 특히 `선입견`이 많을 수 있다고 봤다. 극 중 유세진(이정진 분)이 과거 단 한 번의 잘못으로 마을주민의 마녀사냥에 희생양이 되듯 말이다. 그러면서 최근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타블로 사건을 언급했다.

"가수든, 배우든 사람들은 연예인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요. TV로 영화로 늘 보아온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들어서, 보아서 아는 사람과 내가 직접 경험한 사람은 다르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타블로 씨 사건도 그래서 생겨났고요. 저도 작품을 하며 감독, 배우 등에 대한 선입견은 될 수 있으면 안 가지려 하는데 그래서 이 영화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배우와 실제 모습이 지극히 일관적이다.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이랄까. 올해만 해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영화 `인플루언스`를 시작으로 4일 개봉한 `돌이킬 수 없는`, 12월 개봉을 앞둔 `여의도` 같은 상업영화를 비롯해 총 24부작 중 고작 1회 출연이 전부인 드라마(SBS `대물`)에도 얼굴을 비췄다. 이렇듯 그는 매체나 장르, 규모 등에 편견 없는 길을 걷고 있다.

그런 그에게 배우로의 목표가 무엇이냐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없다" 였다.

"배우에겐 만점이 없잖아요. 100점 맞으면 최고인 시험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를 잘했다 쳐요. 하지만 그것은 `잘했다`이지 `만점`은 될 수 없어요. 전 그냥 달릴 뿐이에요. 중2 때 배우 되겠다고 떼쓰며 반대하는 아버지 앞에서 머리 빡빡 깎고 시위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만점이 없으니 계속 도전할 게 생기네요. 배우, 그래서 더 매력적이지 않나요?"(웃음)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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