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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프로당구 PBA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에서 피아비와 관련된 인물이 돌발행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피아비의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이 기자회견장에 불쑥 나타나 “프레드릭 쿠드롱이 피아비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한 것. 심지어 ‘인종차별 하는거냐’, ‘동남아시아에서 왔다고 무시하는거냐’ 등 선을 넘는 말까지 쏟아냈다.
한바탕 소란을 빚은 남성은 기자들의 항의를 받은 뒤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심지어 그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기 전 “쿠드롱과 얘기가 됐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 남성으로인해 정작 우승자 쿠드롱의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그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기 전 쿠드롱에게 직접 다가가 위협하고 비난했다. 심지어 쿠드롱을 미는 등 신체접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보면 아찔한 상황이었다. “나는 당신을 모르는데 왜 내게 항의를 하느냐”라고 반박한 쿠드롱은 신변에 위협을 느낀 채 기자회견을 거부하고 그대로 경기장을 떠났다.
사건 후 문제가 된 장면을 다시 돌려봤다. 시상식에서 두 우승자가 사진을 찍을 때 피아비가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쿠드롱이 고개를 살짝 저은 것이 전부다. 피아비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그 소동을 피울 정도는 아니었다.
PBA 관계자는 “피아비와 봉사활동을 다니며 선수와 친해진 팬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운전을 대신 해주고 사진을 찍는 등 매니저를 자처하며 대회 등에 함께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프로스포츠를 지향해온 PBA는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당장 선수 관리 및 경기장 출입, 보안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 해당 남성은 프레스카드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다른 대회에선 관계자 카드를 받고 대회장을 자유롭게 출입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이 터지자 PBA 주최 측은 그 남성의 신분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만약 남성이 쿠드롱에게 안좋은 마음을 먹고 물리적 가해를 했다면 더 심각한 상황에 벌어질 뻔 했다. 최악의 경우 단체 존립까지 위협받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피아비의 팀리그 소속팀 블루원리조트와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소속 선수 관리를 무자격자에게 맡긴 셈이기 때문이다.
PBA는 출범 4년 만에 마이너 이미지가 강했던 당구를 인기 스포츠로 끌어 올렸다. 각 방송사에서 앞다퉈 PBA를 중계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청률은 물론 온라인 유튜브 구독자도 상당하다. 동남아시아, 유럽, 남미 등 해외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18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PBA가 당구가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산 당구용품을 공식 경기용품으로 채택해 국산 당구용품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PBA가 제대로 된 프로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아직 과제가 많이 있음이 드러났다. 단체도, 선수도, 관계자도 프로의식을 가져야 진정한 프로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다.
PBA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 현재 진상 조사가 진행중이다”며 “향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고개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