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영‘ 에릭, 1가구 1박도경이 필요합니다

  • 등록 2016-05-18 오전 9:09:40

    수정 2016-05-18 오전 10:43:30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우 에릭이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려 인기몰이 중이다. 케이블채널 tvN 월화미니시리즈 ’또 오해영‘(연출 송현욱·극본 박해영)이다.

극중 에릭은 음향감독 박도경 역을 맡았다. 사랑하는 여자가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남자다. 옛 연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줄 알고 남몰래 훼방을 놓았지만, 알고 보니 동명이인인 오해영(서현진 분)의 결혼을 망쳐 놨다. 이 상황을 모른 채 도경의 옆집으로 이사 온 해영은 조금씩 도경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매력 포인트는 무심함 뒤에 감춰진 따뜻함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5회에서 박도경은 녹음된 해영의 혼잣말을 듣고 해영의 바람대로 서랍장을 치우고, 밤눈이 어두운 해영를 위해 스탠드를 안겼다. “있던 거”라며 아기자기한 오르골를 건네며 생일도 챙겨줬다. 앞서 그는 자신의 구두를 해영의 방 입구에 두는 등 혼자 사는 여자 해영에게 흑심을 품은 이들로부터 오해영을 보호했다. “먹는 모습이 예쁘다”고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하고, 느닷없이 자신의 품으로 달려오는 해영을 두 번이나 받아줬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바쁜 엄마 허지야(남기애 분)의 돈 타령에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라는 걸 알고도 돈을 보내줬다. 밤이면 망나니가 되는 누나 박수경(예지원 분)의 술주정에 불평 한마디 없고, 길을 찾지 못하는 동생 박훈(허정민 분)을 바로잡는 이도 그다. 얹혀사는 주제에 모르는 여자까지 집에 들이는 친구 이진상(김지석 분)의 도주를 도와주기도 한다.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그만큼 잘하는 이도 없다. 이쯤 되면 ’까칠하다‘는 캐릭터 설명은 틀렸다. 도경은 보살이다. “눈은 착해 빠져 가지고, 불행하게 살기로 작정했다”는 오해영의 표현은 비교적 정확한 셈이다.

유일한 단점은 ‘음향 변태’라는 것이다. 소리를 다루는 그에겐 일할 때면 드러나는 신경질적이면서 예민한 면모가 있다. 속상할 때면 집밖을 뛰쳐나가 작업을 한다. 동료들과 편히 어울리는 술자리에서도 “소리가 좋다” 싶으면 어김없이 소리를 녹음한다. “빈 공간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집에서도 매일 돌아가는 녹음 탓에 해영은 자신의 속마음을 도경에게 들키고 만다. 박도경처럼 이렇게 매 회 열심히 일하는 남자주인공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도 드물었다.

에릭은 박도경 캐릭터를 담백하게 소화하며 여심을 흔들고 있다. 기본적으로 차분한 성향의 캐릭터이지만, 전혀 다른 두 오해영과 호흡을 맞추며 감정의 높낮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사연이 있는 ‘예쁜’ 오해영(전혜빈 분)과 장면에서는 멜로를, ‘옆집 여자’ 오해영과는 코미디를 보여준다. ‘예쁜’ 오해영을 찾아 빗속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옆집 여자’ 오해영 걱정에 갑자기 옆방으로 뛰어 들어가기도 한다. ’불새‘(2004), ’케세라세라‘(2007), ’연애의 발견‘(2014) 등에서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 에릭의 저력이기도 하다.

‘또 오해영’은 이미 박도경과 오해영의 어긋난 인연을 시청자에게 알려줬다. 오해영과 연인이었던 한태진(이재윤 분)의 감옥행에 박도경이 일조했다.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박도경과 오해영이지만, 두 사람이 넘어야 할 산이 꽤 높다. 이 과정에서 에릭의 활약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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