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여자보다 예쁜 남자… 이젠 사양합니다"

  • 등록 2008-06-27 오후 3:06:35

    수정 2008-06-27 오후 3:06:45


[조선일보 제공] 작년 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유조선 기름 때문에 홍역을 치렀던 태안 앞바다 구례포 해수욕장. 지금은 석양에 발갛게 젖어드는 물빛이 말끔하다. 25일 저녁, 인적이 뜸한 이곳은 SBS 드라마 '일지매' 제작진 덕분에 뒤늦게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그 중심에 '시정잡배' 용이에서 '협객' 일지매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이준기(26)가 있다.

"왜 이렇게 질겨. 촌닭이라 그런가? 이빨 빠지는 줄 알았잖아." 해변가 움집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이준기가 눈을 치켜뜨며 불만을 터뜨린다. 허기를 이기지 못한 일지매가 사부 '공갈' 몰래 삶은 닭을 뜯고 있는 장면. 날렵하고 '쿨'한 일지매 이전에 그는 굶주린 배를 먼저 채워야 하는 인간이었다. '컷, 오케이' 이용석 PD의 사인이 떨어지자 이준기가 배를 움켜쥐고 고꾸라진다.

"아이고, 이게 배우야? 거지지. 잠 안 재워, 밥 안 줘, 만날 뒹굴어." 그러자 이 PD는 "내가 노예상이다. 넌 작품 끝날 때까지 내 노예다"라며 되레 큰소리. 이준기가 한풀 꺾인다. "에휴, 제 팔자가 노예 맞네요."

오후 내내 이어진 촬영은 밤 9시가 돼서야 잠시 쉬어갔다.

"감독님한테 '도대체 언제 액션을 하느냐?'고 불평 많이 했어요. 시청자들이 '일지매' 하면 통쾌한 무협을 기대할 텐데 아직도 붕붕 날아다니는 일지매는 화면에 등장하지 않고 있잖아요."

이 드라마는 10회가 될 때까지 '의적' 일지매의 화려한 액션을 '보류'해 왔다. 용이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중생활'을 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이 중심이다. 이준기는 오히려 코믹하고 풀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중 누나가 교수형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좌절하다 누가 자신을 알아볼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걸어가는 '표변' 연기는 압권. 덕분에 시청률은 동 시간대 최고인 20%대다.

2006년의 '벼락스타' 이준기는 뜻밖에도 2008년 액션물 '일지매'를 통해 '배우'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장남자' 공길로 스타덤에 올랐던 기억은 이미 지난해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통해 다 털어버렸다"고 했다.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코믹 연기는 처음이잖아요. '원톱' 주인공이란 사실보다 그게 더 부담스러웠어요. 그래도 자신감 하나로 버텼죠."

그는 SBS '일지매'와 MBC '일지매'의 시놉시스를 모두 받아봤다. 어느 쪽에서도 정식 출연제의가 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SBS '일지매' 제작진에 먼저 손짓했다. "MBC 것은 고우영 선생님의 만화가 원작이잖아요. 저는 SBS '일지매'가 따로 원작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어요. 저 스스로 영웅담을 만들어갈 수 있잖아요. 창조적 연기로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만화에서 일지매는 기생으로 분장을 하고 관가의 고급 정보를 캐내기도 한다. 익숙한 연기로 또 승부를 걸겠다는 얘기? 이준기는 질색했다. "제가 또다시 여장을 해서 나오면 대중들이 반가워하겠어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이제 '여자보다 예쁜 남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제작진의 입장은 잘 모르겠습니다."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쉬는 틈틈이 담배를 피워 물고 스태프들과 거친 입담을 주고받는 '사내'였다. "무술팀과 가장 많이 논다"는 그는 "신체 연기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얼굴 못지않게 몸매도 곱상하다. 태권도 3단의 '무인'임에도 근육질과는 거리가 멀다.

"틀이 잡힌 몸은 싫어요. 배우라면 몸 자체도 언제 어떻게든 변할 수 있는 '무형(無形)'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싫어해요. 야외에서 뛰고 부딪치는 건 좋은데, 갑갑한 실내에 틀어박혀서 무거운 장비를 들었다 놨다 하는 건 체질에 맞지 않습니다."

지난해, '개와 늑대의 시간'을 촬영하며 "아직도 배우로서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던 그는 이제 조금 자신이 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조금씩 연예인이 아닌, 배우 이준기를 믿어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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