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진영이 우리에게 전한 '울림' 세 가지

  • 등록 2009-09-04 오전 11:20:25

    수정 2009-09-04 오전 11:21:21

▲ 故 장진영 영정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하늘의 별이 되어 떠나간 사람' 
 
지난 1일 3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배우 장진영. 그녀는 배우로 활동한 지난 10여 년, 모두 9편의 영화에 각기 다른 캐릭터로 출연하며 늘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배우 장진영이 한국 영화계에 남긴 것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가 대중에 전한 진짜 울림은 따로 있었다. 병마와 맞서 싸우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지난 1년, 자신의 실제 삶을 통해 전한 감동이 그것이다. 장진영은 배우 이전에 한 사람으로 우리에게 더욱 큰 울림과 감동을 마지막 선물로 남긴 채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 사랑

장진영은 생전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사랑하는 남편의 극진한 간호 속에서도 결국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비련의 여인을 연기한 적이 있다. 이런 영화 속 이야기는 실제 장진영의 삶과 너무도 닮아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죽을 병에 걸린 여자를 사랑한 남자, 그 남자의 사랑이 고마우면서도 차마 받을 수 없어 온 몸으로 뿌리쳤던 여자. 그리고 '결혼'이라는 마지막 선물.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나간 배우 장진영의 마지막은 그랬다.

장진영은 지난해 1월 지인의 소개로 김모씨를 처음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이후 정식 교제를 시작했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년 전 9월, 장진영이 건강검진을 받던 중 암 발병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 
 
장진영은 김씨를 위해 이별을 통보했지만 둘의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했다. 김씨는 올해 장진영의 생일날 프러포즈를 했고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둘만의 비밀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장진영이 사망하기 나흘 전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마무리하며 법적으로도 부부가 됐다. 소속사는 장진영의 임종 당시 김씨와 고인이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내의 죽음 이후 고인이 꼈던 결혼반지와 자신의 반지를 한 손에 끼고 문상객을 맞이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결혼을 “장하다”고 말했다.
 
이런 장진영과 김씨의 순애보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 의리

장진영의 위암 발병 사실은 지난 9월 알려졌다. 당시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장진영의 병세에 대해 치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허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미 장진영은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소속사는 이러한 사실을 각 언론사에 솔직히 털어놓으며 장진영의 투병의지를 위해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 와중에 소속사는 장진영과 전속 계약을 2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또한 투병중인 장진영을 위한 것이었다. 이런 소속사의 조치는 진단 당시 3개월을 넘지 못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장진영이 투병의지를 꺾지 않고 좀 더 길게 생명을 이어가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장진영이 숨을 거둔 이후에도 소속사는 고인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장례 일체를 책임졌을 뿐만 아니라 유가족에 대한 예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소속사는 또한 향후 고인의 정기적인 추모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연예계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걸핏하면 연예인과 소속사 간 법적 분쟁을 운운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소속사간 법적 분쟁의 본질은 상호 의리보다 이익을 중요시여기는 탓이다. 하지만 장진영과 그녀의 소속사는 이런 연예계의 풍토에서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선례를 남겼다.

◇ 진정성

배우들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진정성 어린 연기를 하는 배우는, 또 연기에 진심을 담기 위해 애쓰는 배우는 사실 많지 않다. 자신에게 익숙한 캐릭터와 인물들에 안주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한 인기를 얻은 일부 배우들은 몇 년간 고정된 이미지 속에 CF 등을 통해서만 돈이 되는 ‘연기’를 해왔다.  

장진영은 생전 매 영화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녀가 맡은 캐릭터의 간극 또한 컸다. 한국 최초의 여자비행사와 밑바닥 삶의 정점에 있는 술집여자,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살해하는 여인과 지고지순한 순애보의 주인공까지 장진영은 모두 소화했다.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보다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먼저 생각한 결과다. 그녀는 주류인물과 비주류 인물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였다.

고인의 빈소에서 만난 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인기를 얻은 여자 배우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해 작품을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하지만 장진영은 이미지보다는 연기자의 진정성을 먼저 생각했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가졌기에 이미지를 중시하는 대기업에서도 CF 제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진영이 보여준 진정성은 비단 연기자로서 뿐만은 아니었다. 장진영은 위암으로 투병 중에 연인에서 남편이 된 김모씨와 순애보 같은 사랑을 펼쳤고 의연하게 자신의 죽음을 맞이했다.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장진영의 유작은 SBS '로비스트'가 아니다. 그녀를 데뷔 때부터 지켜 본 한 중견 연예기자는 “장진영의 진정한 유작은 위암 진단 후 생명의 의지를 불태우고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 지난 1년의 진정한 삶 그 자체다”고 말했다.
▲ 고인이 생전 출연했던 9편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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