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퍼기의 아이들', '포스트 퍼거슨 될수 있나'

  • 등록 2008-12-18 오후 12:45:30

    수정 2008-12-18 오후 12:48:47

[이데일리 SPN 김영환 인턴기자] 폴 인스(41)가 지난 1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로버스 감독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로이 킨(37)이 선덜랜드 사령탑에서 물러난지 보름 만이다.

폴 인스와 로이 킨은 1990년 대 초반 알렉스 퍼거슨 감독 휘하에서 중원을 지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던 '퍼기의 아이들'이다. 하지만 둘다 프리미어리그 지도자로서 쓴 맛을 봤다. 성적 탓이었다.

폴 인스가 2008~2009 시즌 이끌었던 블랙번은 17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3승4무10패(승점 13)로 19위에 처져 있고, 선덜랜드는 5승3무9패(승점 18)로 18위다. 공교롭게 선덜랜드에 골득실에서 간신히 앞서 17위를 마크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마크 휴즈(45) 감독 역시 맨유 출신의 '퍼기의 아이들'이다. 이 때문에 요즘 프리미어리그에선 '올드 트래포드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퍼거슨 감독의 제자 출신으로는 스티브 브루스(48) 감독만이 위건을 9위(6승4무7패, 승점 22)로 이끌며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폴 인스와 킨은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지도자로서도 나름의 성과를 올리며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그의 뒤를 이을 '포스트 퍼거슨'의 후보로 꼽혔다. 폴 인스는 MK 던스를 리그1(3부 리그)로 승격시켰고, 로이 킨 역시 선덜랜드를 프리미어리그로 승격 시키면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아직 경험이 일천한 이들에게는 높은 벽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폴 인스의 사퇴를 두고 "몇 년 전부터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팀을 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떠날 시점을 잘 고른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퍼거슨 감독은 67세의 노장이다. 은퇴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의 뒤를 이어 맨유를 이끌어 갈 감독 후보는 여전히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코치로 퍼거슨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포스트 퍼거슨'의 선두주자로 여겨졌던 카를로스 퀘이로스(55)는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을 맡아 맨유를 떠났고, 역시 코치 출신인 스티브 맥클라렌(47)은 미들즈브러와 잉글랜드 감독을 거쳐 FC트벤테(네덜란드)의 감독을 맡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달 영국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현재 내 구상 속에 은퇴라는 화두는 전혀 없다. 그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당분간 현역 생활을 유지할 것을 밝혔다. '퍼거슨의 아이들'에게는 경험을 쌓을 시간이 더 주어지는 셈이다.

폴 인스는 경질되기 전 "모든 사람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퍼거슨 감독도 1990년에 노팅엄 포레스트와 FA컵에서 마크 로빈슨이 골을 넣지 못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면 물러났을 것"이라면서 시간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폴 인스와 로이 킨 등이 재기에 성공,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감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을지 지켜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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