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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트로트 가수 유지나(41)가 4년 전 발표한 노래 '고추'로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고추'는 한 여인의 고된 세상살이를 고추의 매운맛에 빗대 표현한 노래로 특히 주부 팬들 사이 반응이 뜨겁다.
행사를 비롯 늘어난 섭외 요청에 요즘 같으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고추'란 노래제목 덕분에 각 지방 고추 축제에선 섭외 0순위 스타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주부노래교실에서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요즘 노래강사들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서 가장 많이 가르치는 노래가 바로 '고추'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만하다.
유지나는 "실제 전국의 주부노래교실에서 출연섭외가 3배 이상 늘었다"며 "최근 불황의 여파로 주부들이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는 가사에 특히 더 공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실 '고추'는 발표한지 4년이나 된 노래로 때늦은 인기가 다소 뜻밖이긴 하다. 유지나는 "올초 있었던 '고추' 전쟁이 전화위복이 됐다"며 웃었다.
트로트 가수 유지나가 생각지도 못한 '고추' 전쟁에 휩싸인 건 지난 4월의 일이다. 가수 이혜리가 노래에 제목까지 같은 '고추'를 새 앨범 타이틀곡으로 들고 나온 게 시작이었다.
이런 상황에 가수 이혜리가 '고추'를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두 여가수 간 '고추' 전쟁이 본격화된 것.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발표 1년이 지난 곡은 작품자가 저작권협회에 해당 노래를 신탁하기만 하면 어떤 가수가 다시 불러도 문제될 게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과거 이종용와 김태화도 김도향 작사, 작곡의 노래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로 유사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승자는 이종용도, 김태화도 아닌 작품자 김도향이었다. 김도향은 자신의 노래를 둘러싼 두 사람의 다툼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해당 노래를 자신의 명의로 다시 발표했고 80만장의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유지나는 "오랜시간 내 노래로 아껴온 곡을 그렇듯 허무하게 빼앗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며 "당초 '고추'를 '쇼쇼쇼'에 이어 이번 앨범 후속곡으로 밀려 했으나 계획을 수정해 '고추' 활동을 앞당긴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금은 이혜리의 자진 포기로 순조롭게 일이 마무리됐지만 한땐 같은 시기 '고추'로 활동에 나선 두 여자의 신경전이 그야말로 대단했다. 두 사람 모두 포기를 않자 KBS '전국노래자랑'에선 급기야 두 사람 모두에게 '고추'의 방송출연을 유보시켰을 정도다.
유지나는 "불붙은 '고추' 전쟁에서 원조가수의 매운 맛을 한번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단 싱겁게 끝이 났다"며 "양보해준 혜리 언니에게 미안하지 않게 원조가수에 빛나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추'는 또한 '저 하늘의 별을 찾아' '쓰리랑' 등과 함께 유지나표 국악 트로트의 맥을 잇는 작품이기도 하다.
유지나는 시작부터가 여타 트로트 가수들과 달랐다. MBC '노들 가요제'에서 국악과 트로트를 접목시킨 노래 '소문났네'로 대상과 함께 최우수 가창상을 거머쥐며 가요계에 입문했다. 트로트에 국악을 접목시킨 그녀만의 독특한 창법은 가수 유지나가 지닌 최대 강점이자 무기다.
같은 세미 트로트도 유지나가 부르면 다르게 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곧 대중가수로 그녀만의 색깔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유지나는 "민요가수 김세레나 선배님의 뒤를 잇는 신 민요가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세상살이가, 인생살이가 고추보다 맵다 매워. 천년이고 만년이고 두리둥실~' 더없이 웅숭깊은 목소리로 '고추'의 한 자락을 시원스레 읊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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