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 2시간의 CF..'제2의 아바타는 글쎄'

  • 등록 2010-12-15 오전 10:35:37

    수정 2010-12-15 오전 10:52:24

▲ `트론`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할리우드에 컴퓨터그래픽 시대를 연 `트론`의 속편 `트론:새로운 시작`이 국내 첫 선을 보였다.

14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트론`은 마치 2시간 여의 광고 또는 게임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최첨단의 컴퓨터 그래픽과 3D 테크놀로지 등 비주얼은 28년 전 `트론`이 안긴 충격과 흡사했다.

주인공이 컴퓨터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가 가상세계를 체험한다는 이야기의 얼개는 같다. 2010년 새롭게 부활한 `트론`은 원작의 주인공에 아들을 새롭게 등장시켜 28년 전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동시에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트론:새로운 시작`의 스토리 라인은 `트론`에서 바로 이어진다. 1982년 주인공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 분)은 동료 프로그래머 앨런과 세운 엔컴을 되찾아 세계 최고의 회사로 키운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얻은 케빈은 겉으로는 가장으로서의 삶에 정착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아케이드 아래 숨겨놓은 개인 실험실에서 여전히 컴퓨터 속 가상 현실 공간인 `그리드`를 오가며 아찔한 경험을 한다.

그러나 슈퍼컴퓨터는 그와 그의 프로그램인 `트론`을 통째로 삼켜버리고 아들 샘(개럿 헤들런드 분)은 어느날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의 부재에 괴로워하며 방황한다.

그리고 20년 후, `트론:새로운 시작`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버지를 닮아 컴퓨터 귀재인 샘은 디지털 세상에 감금된 아버지를 찾아 생사를 초월한 사이버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엔 모든 상상을 집어삼키는 위험천만한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컴퓨터 속 이야기가 최첨단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된 영화. `트론:새로운 시작`은 `아바타`가 이룬 영상 혁명을 재현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특히 영화를 관통하는 `빛`은 관객의 시선을 현란하게 사로잡았다. 주인공들의 발광수트에서부터 라이트 디스크, 심지어는 영화에 등장하는 음료까지도 푸른 형광빛이다.

작품에선 이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 조셉 코신스키의 독특한 이력도 그대로 읽혔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건축학을 전공, 이후 엑스 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허머 등 굵직한 회사의 상업 광고를 연출하며 주목 받은 인물.

영화의 메인 제작사 월트 디즈니는 수많은 상업 광고들에서 그가 구현해낸 놀라운 천재성과 혁신, 미래적인 느낌의 디자인에 반해 그를 `트론`의 새 감독으로 점찍었고 조셉 코신스키 역시 그런 디즈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감독은 건축, 제품 디자인, 공학, 음악 등 자신의 주요 전공 분야에서 파생된 테크놀로지의 극한을 이 작품에서 압축해 보인다.

2010년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제프 브리지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1인2역 연기, 그래미상을 수상한 다프트 펑크의 음악도 영화의 주 무대인 사이버전장을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는 다소 기대에 못미쳤다. 대부분의 블록버스터, 특히 SF 영화가 그러하듯 `트론:새로운 시작` 역시 스토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극중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을 기하려다 소중한 것을 잃었다`. 영화 `트론:새로운 시작`이 바로 그랬다. 화려한 볼거리와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려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소중함을 잊은 느낌이랄까?

28년 전 `트론`은 충격에 가까웠던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부재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E.T)`에 밀린 바 있다. 비주얼만 있고 알맹이가 없어서 였다.

전작의 명성에 오명까지 그대로 답습한 `트론:새로운 시작`이 국내 관객들에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러닝타임 125분. 12세 관람가. 30일 IMAX 3D 개봉.
▲ `트론: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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