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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축제를 즐긴 이후 한국 스포츠계는 고민에 빠져야 한다.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22)의 작심 발언에서 파생된 여러 화두와 관련이 있다.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위를 줄곧 유지하던 안세영은 금메달 유력 후보였다. 다만, 걸림돌은 몸 상태였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부상을 참고 낸 결과물이었고, 부상에서 회복되는 기간이 길었다.
물론, 안세영은 부상을 이겨내며 올림픽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현 MBC 해설위원) 이후 한국 선수단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의사결정 체계, 국제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협회와 안세영 간의 진실 공방, 시비 가리기가 시작된 모양새다.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불참과 관련해서도 안세영의 말과 대한체육회 쪽 얘기가 다르다. 협회 측은 안세영의 작심 발언과 관련해 장문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안세영은 귀국 후 “협회와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심지어 협회 임원은 비행기 비즈니스석, 선수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했다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협회는 부지런하게 해명을 하고 나섰다.
안세영으로서는 협회의 지원이 부족하고, 협회의 대표팀 규정이 성에 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협회로서도 ‘형평성’ 측면에서 안세영에게만 과하게 지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대표팀을 운영해야 하고, 선수 관리 운영도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배드민턴협회는 세계랭킹 1위의 유력 금메달리스트 후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무능한 조직이 되는 것이고, 다르게 보면 안세영은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없는 살림에 지원해준 협회의 뒤통수를 때린 배은망덕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안세영이 던진 화두의 본질은 누가 잘하고, 못했냐의 시비 가리기가 아니다. 이는 선수와 협회가 잘 풀어야 할 일이다. 본질은 선수가 낸 ‘목소리’이다.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선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협회의 어르신, 감독, 코치의 지시에 따라 “네”하는 것이 최고선(善)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은 합당한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금메달이나 따야 작게나마 목소리를 낼까 말까하는데 그걸 안세영이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체육회나 협회의 전향적인 자세이다. 선수의 목소리를 이제 경청해야 한다. 선수는 해당 종목을 넘어서 전체 스포츠계의 자산이다. 자산인 선수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는 문화였다면 이렇게 시끄러워질 일도 아니었다.
물론 큰 기대가 생기진 않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세영이)불편한 운동화를 억지로 신기게 했다는데, 누구도 하지 않은 컴플레인”이라고 말했다. 스포츠계 수장의 인식이 이렇다.
SH2C 연구소장(커뮤니케이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