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살아날 것인가 주저앉을 것인가

'역린'·'표적' 흥행이 중요한 이유
5월 황금연휴, 보릿고개 탈출 혹은 장기화 분수령 될 듯
  • 등록 2014-04-29 오전 10:08:32

    수정 2014-04-29 오후 3:02:57

4월30일 개봉하는 ‘역린’과 ‘표적’.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7번방의 선물’, ‘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감시자들’,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설국열차’, ‘관상’. 지난해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영화 관객 2억 명 시대’를 이끈 한국영화들이다. 다양한 장르, 양질의 영화들이 영화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영화보기가 문화생활에서 소비생활로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상황은 좋지 못하다. 한국영화 1분기 점유율은 47.7%.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래 처음이다. ‘7번방의 선물’(1274만 명)과 ‘베를린’(716만 명)이 동반 히트한 작년에는 68.6%로 7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체감되는 하락폭은 더욱 크다.

흥행작은 지난해 연말 개봉해 올 초까지 상영된 ‘변호인’(1137만 명)과 지난 1월 개봉한 ‘수상한 그녀’(864만 명)가 전부다. 그다음으로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가 ‘남자가 사랑할 때’(197만 명)로, 올해 한국영화는 100만 명 넘기기도 어려운 모습을 장기간 보였다.

문제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1월 56.9%에서, 2월 51.6%로 떨어졌고, 3월에는 25.3%까지 곤두박질쳤다. 4월 성적은 더욱 초라해 점유율 18.3%(27일 기준)를 나타내고 있다. 배급사 1위도 ‘겨울왕국’,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등을 국내 배급한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25.2%)다.

영화계는 한국영화가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고 자책하면서도 뜻하지 않게 불거진 세월호 참사에 관객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마저 놓치는 건 아닐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영화계가 주목해온 시기는 5월 초였다. 주말 앞뒤로 근로자의 날(5월1일)에 어린이날(5일), 석가탄신일(6일)이 연달아 있어 2일 하루 휴가를 내면 길게는 6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현빈 주연의 사극 ‘역린’과 류승룡 주연의 액션영화 ‘표적’ 등이 이 시기를 주목하고 일찌감치 개봉을 준비해왔다. 특히 100억 원대 제작비가 들어간 ‘역린’은 연초부터 대대적인 극장 광고에 나서는 등 홍보에 총력을 다해왔다. 그런데 막상 영화 홍보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 터지며 손발이 꽁꽁 묶여버린 것. 세월호 참사로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30%가량 줄었고,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분위기로 영화를 알리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실제로 이 두 작품은 제작보고회, 기자간담회, 주연배우 인터뷰까지 모조리 취소했다.

지난해 호황기를 반영하듯 올해 CJ·롯데·쇼박스 등 대기업들은 여름 시장을 중심으로 규모 큰 영화들을 연말까지 전면 배치했다. CJ는 ‘명량-회오리바다’, ‘국제시장’, 롯데는 ‘역린’을 시작으로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협녀: 칼의 기억’, 쇼박스는 ‘군도: 민란의 시대’ 등 대작을 마련해놓고 있다. ‘역린’은 올해 충무로 대작이 사극에 집중된 상황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 작품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말하자면 ‘역린’과 ‘표적’은 하반기 한국영화의 반등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영화가 개봉영화편수, 관객수, 매출액 모두에서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영화가 외화보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의 영향이 컸다”라면서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건 ‘극장에 가도 볼 영화가 없다’는 인식을 깨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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