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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는 필름으로 찍고, 필름으로 상영하던 시절에 만든 영화예요.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상영되는데 낡은 프린트 때문에 화면에 비가 오고 먼지가 낀 상태로 보이는 게 늘 안타까웠죠.”
영화 개봉을 앞두고 15일 서울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디지털 보정 작업을 거쳐 ‘올드보이’를 다시 선보이게 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박 감독은 평소 자신의 과거 작품을 다시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드보이’를 다시 본 것도 9년 만이다. 박 감독은 필름의 입자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거칠어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입자를 애써 곱게 매만지진 않았다. 그것이 ‘올드보이’의 성격이자 필름 영화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편집과 음향 역시 그대로다.
‘올드보이’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박 감독은 이 영화로 세계적인 거장이 됐고 할리우드(‘스토커’ 연출)에도 진출했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를 개봉하던 당시에는 마지막 반전을 꼭꼭 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라며 “당시 관객들이 ‘충격적인 결말이 과연 뭘까?’ 궁금해하며 영화를 봤다면 지금 ‘올드보이’를 다시 보는 사람들은 그런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처음부터 영화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를 챙겨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디지털 시대에 접하는 필름의 질감도 반가울 것이다”고 관람 정보를 귀띔했다. 이어 “2003년 개봉 당시 나이가 어려서, 혹은 다른 이유로 못 봤던 분들이 보게 된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 같다”고 기대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 ‘아가씨’ 중에 한 편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연말까지 미국에서 각본을 받아본 뒤 결정할 계획이다. 범죄 스릴러 ‘스토커’에 이어 미국에서 선보일 영화로는 서부극·스파이 스릴러·공상과학물을 특히 염두에 두고 있다. ‘아가씨’는 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시대극으로 ‘올드보이’ 프로듀서였던 임승용 씨가 대표로 있는 용필름에서 제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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