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디션 시대의 대학가요제 어쩌나

  • 등록 2011-11-25 오후 3:02:55

    수정 2011-11-25 오후 3:45:34

▲ MBC `대학가요제`에 도전한 참가자들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동네 노래자랑 같다. 도전곡도 연출도 진행도 다 어설프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과 개념이 다른 경연대회라지만 그 수준이 너무 낮아 시청자 우롱 수준이다. 열정과 패기로만 밀어붙이기엔 낯뜨겁다."(A 대중음악전문가)

"요즘 대학가요제를 보고 있으면 없어지지 않을까 위태위태해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아쉽죠. 축하 공연 온 기성 가수들이나 연예인이 더 빛나고 참가자들은 양념이 된 기분이에요."(2008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 출신 여성듀오 랄라스윗)

비단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요즘 의식 있는 뮤지션이라면 대학가요제 이야기에 한숨부터 내쉰다. 더 나아가면 MBC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25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4일 방송된 MBC `제35회 대학가요제` 1부는 3.0%, 2부는 2.6%(이하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KBS뉴스(4.8%)보다 못한 굴욕적인 수치다.

사실 대학가요제의 몰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래 들어 걸출한 뮤지션을 배출한 적도 없고 수상자들 역시 음악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조차 드물다. 신인 가수의 등용문이 아닌 대학생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행사 따위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릴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샌드페블즈, 높은음자리, 배철수, 노사연, 유열, 015B, 무한궤도(신해철), 전람회, 이한철 등을 배출하며 한국 대중음악 흐름 자체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대학가요제를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대중음악산업이 전문화되면서 전도유망한 가수 지망생들은 이제 기획사의 문부터 두드린다. 또 그렇지 못한 이들이나 기회가 없었던 이들은 각 방송사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에 몰리고 있다. 실력 있는 지망생들이 인지도에서도 밀리고 향후 지원도 없는 대학가요제에 `만에 하나` 나갈 명분을 찾는다면 `대학생`이라는 구시대적인 자격 조건밖에 없다.

다만 아마추어들의 순수 창작곡에 대한 가치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중음악평론가들은 Mnet `슈퍼스타K`와 MBC `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자들에게 자작곡이 거의 없다는 점에 항상 큰 아쉬움을 표해왔다. 실제로 신중현, 조용필, 김태원 등 전설급 뮤지션들은 공식석상에서 후배 가수들에게 해주는 조언으로 늘 작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더욱 좋은 뮤지션을 발굴해 내겠다는 MBC의 표면적 명분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대학가요제만 한 프로그램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 MBC는 이를 발전시킬 의지가 없는 듯하다. 그나마 대학가요제를 붙들고 있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에 있어서 자사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것으로밖에 안 비친다. MBC의 최근 행보를 뒤돌아보면 잘 알 수 있다. MBC는 지난해 가을 개편 때 `음악여행 라라라`를 폐지하고 서바이벌 오디션 `위대한 탄생`을 신설했다.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인 `우리들의 일밤`에는 기성 가수들의 경연인 `나는 가수다`를 채워넣었다.

두 프로그램에 쏟아붓는 MBC의 정성도 대단하다. 출연 가수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나는 가수다`는 차치하고라도 `위대한 탄생`은 1억원의 우승 상금과 2억원의 앨범 제작 지원비, 승용차 등의 부상을 내걸었다. 도전자들의 사후 방송 출연 지원 등도 적극적이다. 스타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반면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자의 상금은 500만원과 트로피가 전부다.

물론 MBC의 노력에 따른 순기능이 전혀 없지는 않다.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의 돌풍은 국내 대중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대형 기획사에 의해 훈련되고 획일화된 음악을 하는 아이돌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색깔을 지닌 도전자나 빛을 보지 못한 뮤지션이 다수 등장함에 따라 대중의 귀가 한층 넓어졌다. `대학가요제` 역시 차별화된 젊은이들의 축제로서 어찌 됐든 명맥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MBC는 `진정한 음악 프로그램은 시청률이라는 상업 논리로 폐지해 놓고 이제 와 음악적 다양성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MBC가 진정으로 가요계 발전을 위한다면 `라라라` 같은 프로그램을 부활하던가 `위대한 탄생`이 아닌 `대학가요제`를 참신한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재건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혹은 "대학생에게만 참가자격을 국한하는 것이 아닌 참가자들의 문호를 넓히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투자와 과감한 개혁이 없는 대학가요제를 언제까지 지금처럼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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