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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은 ‘사이다’ 같은 사람이다. 둘러 표현하는 법이 없는 ‘직설 화법’은 듣는 이의 마음까지 뚫어준다. 악의 없이 던지는 농담에 그의 주변은 늘 ‘왁자지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에너자이저’로 통하는 그 역시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윤여정의 이상형은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이다.
배우 윤여정에게 영화 ‘장수상회’는 이상형에 가까운 현장이었다. 어떤 공격, 어떤 수비를 해도 다 받아칠 준비가 돼 있는 탁구 시합을 하듯, 호흡이 잘 맞았던 선배 박근형과 황혼의 로맨스를 연기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1000만 감독 타이틀을 가진 강제규 감독의 ‘신사의 품격’에 체력적으로 하나 힘든 게 없는 천국 같았다.
“저도 프로고, 그도 프로고. 모든 사람이 프로였잖아요. 박근형 선생님과는 서로가 장점과 단점을 너무 잘 아는 사이라.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었고요. 다만 농담코드는 좀 안 맞더군요. 박근형 선생님도 내가 재미 없었겠지, 뭐.(웃음) 그래도 난 정말 좋았어요. 언제 또 이런 역할, ‘1000만 감독’과 만나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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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윤여정은 ‘장수상회’로 50년만에 재회한 박근형부터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그룹 엑소의 찬열까지 다양한 사람과 호흡한 점에 감사했다. 드라마와 비교해 영화 현장이 촬영 기간도 짧고, 각자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얼굴을 자주 볼 일이 없는 게 아쉬웠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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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목마른 거 없어요. 우리 젊었을 땐 정말 빼어난 미남이나 미녀가 아니면 연기 못했거든. ‘화녀’의 김기영 감독님은 그래서 참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해요.(웃음) 거의 ‘추녀’라 불리던 나를 주인공으로 썼으니. 난 어떻게 운이 좋았던 건지. 대단하다면 대단한 운과 기회를 타고난 후 나름 열심히 연기를 해왔는데, 지금까지 잘 왔으니 행복하죠.”
윤여정의 연기 철학은 간단하다. ‘연기는 오래 한다고 느는 것이 아니다’라는 신념이 확고하다. 그래서 늘 긴장하고 최선을 다한다. 안 한 역할, 안 해본 작품을 하자는 주의다. 50년 가까운 연기 생활을 다양한 도전과 다채로운 이미지로 채울 수 있었던 이유다.
“‘장수상회’도 그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선택한 거예요. 처음에 대본 읽었을 땐 낯 뜨겁기도 하고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했는데.(웃음)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큰 그림이 명확한 목표를 안고 있는 작품이라 나를 충분히 설득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꽃무늬, 분홍색 옷도 생전 입어본 적이 없는데. 강제규 감독 덕분에 실컷 입었어. ‘장수상회’는 분명 해볼만 한 작품이었습니다. 10대 시절 만나 죽어가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보여줄 만한 반전이 있고, 감동이 있어요. 관객들도 잘 느껴야 할텐데, 걱정이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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