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은 언제부터 그렇게 연기를 잘했나?

  • 등록 2013-02-22 오전 11:15:43

    수정 2013-02-22 오전 11:15:43

박유천(왼쪽)과 수지
[이데일리 스타in 김영환 기자] “요즘에는 아이돌이 연기를 하는 모습도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그런 점에서는 부담이 덜한 것 같아요.”

최근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로 데뷔한 아이돌 걸그룹 AOA의 혜정은 이 같은 말로 ‘연기돌’의 위상 변화를 전했다. 무대 위에 오르는 가수가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연기돌’은 연기를 하는 아이돌을 뜻한다. 가수로 데뷔해 얻은 인기를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어가는 경우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금은 캐스팅보드 1순위에 자리매김한 케이스도 많다. 박유천과 황정음, 성유리, 유진, 수지, 유이 등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으로 분해 작품을 이끌 만큼 ‘연기돌’은 성장했다.

# 유형 하나-‘맨땅에 헤딩’ 스타일

처음부터 ‘연기돌’이 두각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무대 위에서의 인기가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더불어 흥행 실패에 대한 비난은 올곧이 감수해야했다. 드라마 ‘맨땅의 헤딩’으로 힘겹게 데뷔한 정윤호나 첫 주연작 ‘버디버디’가 난항 끝에 케이블 채널에 편성돼 아쉬움을 곱씹었던 유이가 그렇다. 작품의 주인공은 영광의 자리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크다. 성공했을 때 영예가 큰 만큼 실패했을 때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씨엔블루, FT아일랜드 소속사의 정진혁 FNC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성급하게 배우에 도전하기 보다는 이미지에 맞는 배역을 고르는 쪽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 유형 둘-‘닥치고 연기’ 스타일

최근에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 ‘연기돌’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볼수록 애교만점’, ‘몽땅 내 사랑’, ‘아이리스2’ 등에서 조금씩 비중을 늘리고 있는 윤두준이나 ‘닥치고 꽃미남밴드’, ‘엄마가 뭐길래’ 등에 출연한 엘 등이 이 경우다. 아예 처음부터 연기를 염두에 둔 아이돌도 등장했다. 헬로비너스의 경우 배우 소속사인 판타지오 출신 4명이 합류해 가수데뷔에 이은 연기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 슈가 출신 배우 황정음은 “‘지붕뚫고 하이킥’을 하면서 나에게 맞는 작품을 할 때 연기가 재밌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정말 즐길 수 있는 것을 해야 결과도 좋게 나온다”고 조언했다.

# 유형 셋-‘연기학개론’ 스타일

‘연기돌’이 시청자에게 인정받게 된 것은 이들의 등장 이후다. ‘성균관스캔들’에 이어 3연타석 홈런을 날린 박유천을 시작으로 영화 ‘건축학개론’ 등의 수지, ‘응답하라 1997’ 등의 정은지 등이 배우로서도 출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모두 데뷔작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단숨에 주연급으로 자리잡았다. 박유천과 ‘옥탑방 왕세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신윤섭 PD는 “연기는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며 “아이돌 중에서도 이런 끼를 갖고 있는 경우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연기돌’의 등장은 앞으로 지속 가능하다. 아이돌을 만드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병준 판타지오 대표는 “요즘 아이돌이 춤과 노래, 악기 뿐 아니라 연기도 배운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라며 “꾸준하게 준비를 해온 탓에 연기돌로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이 원래는 노래 뿐만 아니라 노래를 바탕으로 연기나 예능에 나서는 복합적인 엔터테이너군을 뜻한다”며 “아이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서서히 인식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봤다. 이 평론가는 “한국에서는 아이돌을 가수로만 생각해 이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며 “‘멀티테이너’가 주목받는 해외 사례가 많고, 한류의 흐름 속에 아이돌이 드라마 등에 끼치는 힘이 높아지면서 가수와 배우의 경계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두준(왼쪽)과 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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