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와 대전, 서로 등 돌린 이유와 향후 전망

  • 등록 2009-06-26 오후 2:08:06

    수정 2009-06-26 오후 2:08:06

▲ 김호 감독(오른쪽)과 정준수 대전 사장대행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구단 측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쫓아내려하고 있다" (김호 감독)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니 해고하는 수밖에 없다" (정준수 대전 사장대행)

김호 대전시티즌 감독과 구단 이사회의 갈등이 결국 '시즌 중 사령탑 경질'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정준수 대전 사장대행은 25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김호 감독의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정 사장대행은 "김호 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으나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구단 업무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부득이하게 해고라는 절차를 밟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호 감독은 같은 장소에서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구단이 갑작스럽게 '성적 부진'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스스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 왜 중도 해임인가
대전 이사회가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종용하며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과 '송규수 전 사장과의 갈등관계' 등 두 가지다. 대전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승 4무 5패에 그치며 K리그 15팀 중 13위를 달리고 있다. 대전은 지난해에도 14팀 중 12위에 머물렀다. 김호 감독 부임 직후인 2007년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다소 저조한 성적표다.

아울러 김 감독은 2007년 말 송 전 사장이 부임한 이후 꾸준히 대립각을 세우며 매끄럽지 못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서는 구단 안팎의 증언이 모두 일치한다. 정 사장대행은 "사장과 감독의 반목이 너무 심해 시즌 종료시점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구단을 이끄는 두 기둥을 모두 내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호 감독의 반발
하지만 김호 감독은 이사회가 제시한 사퇴 권고 이유에 대해 "두 가지 모두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성적 문제에 대해 그는 "구단 측이 지도자의 임기와 성적의 상관 관계에 대해 어떠한 기준도 제시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시민구단의 경우 선수를 팔아 버는 이적료가 중요한 수입원이 된다"며 "부임 당시 구단측과 논의를 거쳐 팀 존립 기반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결정했고, 지금껏 쓸 만한 선수를 길러내는 일에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시즌에 일부 선수들을 이적시키며 25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송 전 사장과의 갈등 관계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구단 운영과 관련해 사장과 감독이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느 팀에서든 나타날 수 있는 흔한 현상인데 이사회 측이 이를 확대 해석해 사퇴 권고의 빌미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당한 사퇴의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만큼 스스로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김호 감독은 기자회견 중 구단이 제시한 사퇴 권고 이유 이외에 두 가지 요소를 추가 언급하며 조목조목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친한 사람을 구단 임원진에 포함시켜 경영권을 침해하려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며 "축구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이 경영진에 포함돼 있으면 내가 마음 편히 선수 육성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사회에 좋은 분을 추천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특정 에이전트와 밀착해 전지훈련과 선수 영입 과정에서 공금을 횡령했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이제껏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에이전트에겐 누구든 문을 활짝 열었다"며 "선수 영입 과정에서 작성한 영수증과 모든 증거들이 구단에 보관돼 있으니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이 구단 안팎에 돌고 있는 소문들을 굳이 스스로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한 건 '경영권 침해'와 '공금 횡령'이라는 두 가지 의혹이 사퇴 권고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자료다.

◇ 대화도 부족했다
감독과 구단 이사회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또한 갈등 관계 증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호 감독은 기자회견 중 "그간 구단 경영자들이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대해 이해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며 여러 차례 섭섭함을 토로했다.
 
정준수 사장대행 또한 "이사회의 결정사항에 대해 구단이 아닌 대전시청을 찾아가 대책을 논의하는 김 감독의 태도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까지 양측 모두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 향후 진행 과정은
정준수 사장대행은 김호 감독 퇴진 이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올 시즌 종료 시점까지는 왕선재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해 일정을 소화하고, 이후 사장과 감독에 대한 인선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당장 김호 감독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왕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역할을 수락할 지의 여부가 미지수다. 만약 왕 코치마저 지휘봉을 고사한다면 27일로 예정된 인천과의 K리그 경기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정 사장대행은 "코치들마저 감독과 동조해 감독대행 체제를 구성하지 못하게 된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내용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의 해결 방향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특단의 조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울러 사기가 땅에 떨어진 선수단, 허탈감에 빠진 대전팬 등을 어떻게 다독이느냐의 여부 또한 구단 정상화를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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