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형이 내 콧소리를 '작품'으로 만들었어요"

12번째 앨범 '소울 하모니' 녹음
'잘못된 만남' 이후 13년 만에 재회
"김창환 통해 내 모습 되찾고 있어"
  • 등록 2008-07-25 오전 10:17:17

    수정 2008-07-25 오전 10:17:17

[조선일보 제공] 김건모(40)가 프로듀서 김창환(45)과 다시 손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늦봄이었다. 13년 전 '잘못된 만남(3집)' 이후 두 사람의 결별은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의 그것에 비유되곤 했다. 김건모는 이후 '사랑이 떠나가네', '스피드' 등을 히트시켰지만, 2000년대 들면서 제 색깔 없이 우왕좌왕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새 음반 '소울 하모니'를 8월 초 내놓는다. 김건모 12번째 음반이지만, 'K C 하모니 vs. 김건모'란 이름을 달았다. 'K C 하모니'는 김창환의 닉네임이다.

23일 밤 서울 방배동 김창환 스튜디오로 찾아갔다. 지난 1월부터 두 사람이 매일 만나 연습해 온 장소다. 김건모는 방 한가운데 서서 손짓발짓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고, 김창환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빙 둘러앉아 듣고 있었다. "내가 트로트를 하면 이렇게 할 거야. 북하고 심벌을 등에 메고 발을 탁탁 채면서 둥둥 챙! 한 소절 부르고 둥둥!" 사람들이 와르르 표정을 무너뜨리며 웃었다. 김건모도 까무잡잡한 얼굴에 희게 이를 드러내며 키득거렸다.

두 사람에게 "한창 잘 나가던 때 왜 헤어졌느냐"고 물었다. 김창환이 먼저 말했다. "건모랑 헤어진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죠. 대비도 하지 않았고요.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그만큼 엄하게 대했어요. 술도 못 마시게 하고 속박을 많이 했어요. 그게 스트레스가 된 것 같아요."

신인가수처럼 조용히 옆에 앉아있던 김건모가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 코맹맹이 소리가 싫었고, 모든 사람이 '그 콧소리로는 절대 성공 못한다'고 했죠. 그런데 창환이 형은 그 소리를 내라는 거예요. '핑계'를 써와서는 콧소리를 더 짜 눌러서 내라고 했죠. 내가 어디서 뭐하는지 다 알고 있는 것도 싫었고…. 형과 헤어진 뒤 지금까지 형한테 배운 걸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쥐어짜 썼어요. 그리고 음악적 한계에 부딪혔어요. 그래서 작년 11월 형을 찾아간 거죠." 김건모는 술을 한 모금도 않던 김창환이 어디서 맥주를 마시고 있더라는 소리를 듣고 무조건 찾아갔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청했다. "여자한테 차인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다"는 김창환은 이내 그의 손을 잡았다.

김건모는 해군 제대 후 1991년 '평균율'이란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다. 경기 평촌의 한 지하연습실에서 같은 층의 중국집에서 짬뽕과 볶음밥만 시켜먹으며 연습하던 시절이다. 그때 박미경의 소개로 김창환을 처음 만났다. 신승훈을 발굴해 이름을 알린 김창환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흑인음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디션을 보는데 건모가 제임스 인그램의 '저스트 원스(Just Once)'를 부르는 거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얘구나' 했던 거죠."(김창환)

그때 김창환이 김건모를 30㎝ 자로 때려가며 10개월간 노래를 다듬었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김건모의 그루브(groove)라면 재즈도 하고 스윙도 할 수 있다. 예순 살엔 레이 찰스가 될 수 있다"고 김창환은 생각했다.

전곡을 작곡한 새 음반에서 김창환은 팝과 소울, 레게, 보사노바, 발라드까지 13곡을 모두 다른 풍으로 만들었다. 타이틀곡 '키스'는 펑키한 소울. 김건모의 비음(鼻音)과 높은 음역, 보컬로도 스윙감을 낼 줄 아는 재능을 살린 곡이다. '어떡하라고/ 어떡해야 해' 하는 후렴구를 한번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되는 보사노바 '하루'는 라디오에서 꽤 인기를 끌 것 같다. 다른 곡들에서도 김창환은 김건모를 잘도 요리해냈다. 데쳐야 할 때 삶고 구워야 할 때 튀겨 테이블에 올리기엔 뭔가 모자랐던 김건모의 근작(近作)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내 얼굴이 편해지지 않았어요?" 김건모는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13년 전의 나를 되찾았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가 다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김창환은 말없이 김건모를 바라보기만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모습 드러낸 괴물 '현무-5'
  • 화사, 팬 서비스
  • 아이들을 지켜츄
  • 오늘의 포즈왕!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