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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도연”. 영화를 본 관객 대다수는 이렇게 반응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왜 이렇게 공백기가 길었을까?”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작품이 없었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안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인연이 안 닿았어요. 읽어본 시나리오도 많지 않았고요. 제가 쉬던 그 시기에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 유독 남자영화가 많았거든요.”
‘접속’(1997)을 시작으로 16년간 모두 1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길고 긴 전성기를 누렸다.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자연스럽게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더 많은 자유와 선택, 기회가 주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부담은 늘고 운신의 폭은 오히려 좁아졌다. 그는 마음속 오랜 고민을 하나 둘 꺼내 보였다.
송강호와 경쟁..“부담이지만 그리워”
오는 18일에는 송강호 주연의 ‘변호인’이 개봉한다. ‘집으로 가는 길’과 같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 장르도 드라마로 같다. 젊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송강호가 연기한다. 여왕에게도 버거운 상대다. ‘밀양’(2007)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던 이들이 경쟁자로 만났다. 관객에게는 흥미진진한 볼거리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운명의 장난’이 따로 없다.
일하는 엄마..“둘째요? 계획 없어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여자와 아내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하는 남자, 그리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마약범으로 오인되어 대서양 외딴섬 마르티니크 감옥에 수감됐다가 756일 만에 풀려난 한 한국인 주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 도미니카 공화국 등 해외 촬영이 한 달간 이어졌다. 도미니카 나야요 여자 교도소에서는 실제 수감자들과 함께 촬영하기도 했다. 극 중 딸 혜린(강지우 분)처럼 집에 두고 온 어린 딸(5)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전도연은 “집으로 가고 싶었다”고 극중 정연의 대사에 빗대 촬영 당시의 심경을 이야기했다.
“일하는 엄마로서 고민이 많아요. 둘 다 잘하고 싶은데 그게 현실적으로 쉽질 않네요. 아이한테 많이 미안하죠. 그래서 둘째는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지금도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잦은 걸요. 아이를 좋아하지만 제 욕심만으로 그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이 마흔..“‘해피엔드’ 때 전도연 같은 배우 없느냐고”
“저는 영화는 물론이고 드라마까지 무엇하나 닫아놓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편성이 안돼 출연이 불발된 작품도 있고요. 나이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한 매니저 친구가 정말 좋은 시나리오가 있대서 관심을 보였더니 ‘’해피엔드‘(1999) 때 전도연 같은’ 배우를 찾는다고 하더군요. 지금의 전도연이 아니고요. ‘협녀’가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전도연은 마지막으로 ‘신뢰’를 이야기했다. 연기력으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작품’으로는 등락의 폭이 컸다.
“배우로서 남은 목표는 작품으로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전도연인데, 연기는 어련히 잘했을까?’ 했다면 앞으로는 ‘전도연이 출연하는 영화·드라마는 무조건 믿고 볼만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죠. 그럴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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