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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국내외 스타 배우와 감독이 탁 트인 바닷가에서 영화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의 포문은 8일 임권택 강수연 이장호 강우석이 열었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노거장에게 청해 듣다-영화란 무엇인가`. "좀처럼 한자리에서 뵙기 어려운 분들을 오늘 모셨다"는 오동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소개와 진행으로 이날 노거장들과의 만남은 시작됐다. 짧게는 20~30년, 길게는 50년 넘게 영화 만을 만들고 찍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 임권택 감독 영화계에 입문한지 55년 됐다. 이전엔 감독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6.25 한국전쟁 무렵, 부산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장사도 해봤다. 소질이 없어 밑천이 바닥날 무렵 서울에서 영화제작 일을 하는 한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촬영장에서 심부름이나 하라는 거였는데 밥은 먹고 살겠다 싶어 서울로 올라온 게 시작이었다. 해보니 좋더라. 그런 마음이 영화에 녹아 내 인생이 되고, 그런 내 인생이 또 다시 영화에 녹아드는, 그러한 순환 인생을 살고 있다.
나는 내가 찍은 영화의 시사가 끝나면 다시 꺼내 보지 않는다. 이유는 열받으니까.(웃음) 잘못된 부분이 계속해서 보이는 거다. `다음엔 기필코` 하는데도 되지가 않더라. 55년간 101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여전히 만족스런 작품이 없다.
(101편의 연출작, 제목은 다 기억하는가 라는 물음에) 음...그런 질문은 너무 크게 하지 말았음 싶다. 언젠가 TV에서 영화를 보는데 60년대 저질 영화가 나오더라. 처음보는 작품 같기도 하고, 어디서 본 듯 싶기도 했는데 끝날 무렵 보니 내가 만든 거더라. 중간부터 봐서 제목도 파악 못했다. 이렇게 (부족했던 과거는) 일부러 잊으려 애쓰며 산다.
과거 어떤 평론가가 `감독 임권택은 시행착오의 대가다`라고 평했던 적이 있다. 정확한 평가다.
◇ 영화배우 강수연
옆에 계신 임권택 감독님과는 감독과 배우를 떠나 아버지와 딸 같은 사이다. 임 감독님의 `달빛 길어올리기` 촬영 때 완성된 시나리오가 없었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배우와 젊은 스태프들에 의견을 구해 바뀌고 또 바뀌었는데 `이래서 임 감독님의 영화가 아직도 관객에게 사랑을 받는구나` 느꼈다. 더불어 임 감독님과 같은 영화인이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내게는 큰 어른이자 스승이다.
(멜로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남자배우와 찍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하면 억울한 마음부터 든다. 요즘 20~30대 젊은 배우들 너무 멋있고 근사하지 않나.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 이장호 감독 `영화란 무엇인가`.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나만해도 영화에 대한 생각이 여러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뭔지 모르고 그냥 영화를 만들었고, `별들의 고향` 시절에는 밥을 먹고 살기 위해, 돈 벌이를 위해, 인기를 위해 만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이후 4년간 활동을 못했는데 그러다보니 영화로 사회에 기여를 해야한다는 생각도 들더라. 신앙을 갖게 된 지금은 영화에 대한 생각이 또 바뀌었다. 영화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뜻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인기, 돈과는 이제 거리가 멀어졌다. 앞으로는 재미없는 이장호 영화를 보게 될 거다.
그리고 난 애초부터 돈과는 거리가 멀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제작을 하고, 내가 연출한 영화는 죄다 돈을 벌었는데, 직접 제작까지 맡은 작품은 줄줄이 흥행에서 실패하더라. `외인구단` 하나만 히트 쳤다.
그런데 요즘은 돈이 없어 다행이다 싶다. 돈이 있으면 사람이 거만해지고, 게을러지니까. 물론 강우석 감독처럼 돈이 많으면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는 하다.(웃음)
◇ 강우석 감독 아주 어렸을 때부터 꿈이 영화감독이었다.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중2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극장엘 갔는데 너무 좋고 신이 났다. `저런 건 누가 만드느냐` 물었더니 감독이라더라. 이후 임권택 감독님의 `짝꿍`, 이장호 감독님의 `바람불어 좋은날` 등의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웠다.
조감독 시절에는 에로영화를 많이 찍었고 이후 감독이 되곤 `웃겨보자` 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다. `투캅스` 이후 돈도 많이 벌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수십 편의 영화를 찍다보니 지금은 간데 없더라. 감독이 되고 에로틱한 장면은 거의 담지 않았다.(웃음)
(애주가로 알려졌는데 영화와 술은 어떤 관계인가 라는 물음에) 촬영 종료 2시간 전쯤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오늘은 뭘 마셔야 하나`. 그건 오늘 찍은 장면을 까맣게 잊고 싶어서 술의 힘을 빌리는 거다. 그래야 다음날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에서 새롭게 촬영을 할 수 있으니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술을 못마시거나 안마시는 감독 중에 좋은 감독은 한 사람도 없다. 여기 계신 이장우 감독도 매일매일이 술이다. 임권택 감독님도 술을 끊으신 지 두 달 밖에 안됐다.
롤모델, 멘토는 이장우 감독이다. 임권택 감독님의 `짝꿍` 이후 `서편제`를 울면서 봤다. 그런데 같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나보고 만들라면 못하겠더라. 그런데 `바람불어 좋은날`은 잘하면 잡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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