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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영환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오디션 열풍`에 휩싸였다. 가수 오디션인 Mnet `슈퍼스타K 2`와 MBC `위대한 탄생`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나운서, 연기자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SPN 창간 4주년을 맞아 `스타in`으로 제호를 변경하며 특별기획으로 `오디션 열풍`을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 지원자가 올해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국민 25명 중 1명은 오디션에 지원했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기자들의 손과 발도 더불어 바빠졌다. 단순히 취재차 전화를 걸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덜컥 응모가 돼 버렸다.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오디션 체험기`. ◇ `기적의 오디션`을 체험하다 내 차례가 됐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배우 윤동환과 안경을 쓴 남자가 앉아 있었다. 주위에 늘어선 카메라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NG가 한번 나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이후 대사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준비한 것은 멀쩡한 김주원의 대사였는데….
지난 4월30일 오전 9시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기적의 오디션` 서울 지역 예심이 개최됐다. `기적의 오디션`은 연기자를 선발하기 위한 SBS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비가 흩뿌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수천의 사람들이 SBS를 찾았다. 기자도 그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취재가 아니라 응모자 신분이었다. 사실 여기까지 오게 된 건 우연 반, 협박(?) 반이었다.
◇ 취재가 응모가 되기까지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슈인 만큼 `기적의 오디션`이 제작된다고 하니 취재는 해야 했는데 고현정, 박신양 등 심사위원으로 결정되지 않은 배우들의 이름이 기사에 오르내리면서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껴 취재가 까다로웠다.
`기적의 오디션`은 SBS와 제작사 코엔이 함께 만들고 홍보사 와이트리가 홍보를 맡았다. 전화를 모두 돌려봤지만 SBS 측은 코엔에, 코엔은 와이트리에, 와이트리는 SBS에 내용 설명의 책임을 전가하는 식이었다.
허탈하게 전화를 끊은 뒤 `기적의 오디션` 접수번호로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전화는 몇 분에 한 통 꼴로 오는지 얼마나 다양한 사연이 나오는지 세부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적의 오디션`에 접수 담당자와 연결도 쉽지 않았다. 안내멘트가 나오며 많은 번호를 누르라고 했다. 생년월일과 연락 가능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고 그렇게 5분여간 숫자를 누르고 있었는데 "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왔다. 이어 진 소리는 "뚜~ 뚜~ 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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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건진 것은 있었다. `기적의 오디션`에 까다로운 응시자격은 없다는 점이다. `기적의 오디션` 한 관계자는 "연기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남녀노소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접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결격사유도 있다. 중범죄자가 그렇다. 이외에는 참가비도 전혀 들지 않고, 심지어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했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부서내 가장 배우 가능성이 높으니까 응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선배들은 `기적의 오디션, 기적은 없었다`라고 친히 제목까지 지어주는 정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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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 준비? "얼떨떨하고 신기해"
연기력은 자신이 없으니 화제가 될 만한 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크릿가든` 김주원의 "그래서 난 그런 그 쪽이..얼떨떨하고 신기해"를 연기하기로 했다.
많은 오디션을 통해 본 건 있어서 `현빈의 김주원이 아닌 나만의 김주원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모방을 피하려 했던 것인데 당최 대사의 맛이 살지 않았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대사량이었지만 암기조차 어려웠다.
연습을 하는 와중에 연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마이더스` 장혁과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인터뷰 말미에 짬을 내 장혁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조언을 부탁했다. 일상 생활에서도 대사를 거듭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장혁의 충고를 감사히 들으면서도 차마 연기하는 인물이 김주원이라고는 전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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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차 예심이 열린 지난 4월30일 등촌동 SBS 공개홀. 체험을 목적으로 한 내가 다른 도전자들의 열정에 자칫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안면 있는 프로그램 관계자들을 만나니 적잖이 긴장이 풀리기도 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 옆에 서 있던 참가자에게 말을 건넸다. "오디션 많이 보셨나 봐요?" 그 참가자는 겉모습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탈을 머리 위에 쓰고 "그럼요. 얼마나 봤는지 기억도 안나요. 계속 보는 거죠,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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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맞아주는 사람은 윤동환과 `기적의 오디션` 연출자 김용재 PD였다. 직전까지만 해도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였는데 이번에는 도전자와 심사위원으로 만났다. 나름 멀쩡한 김주원의 대사를 했다. 내 생각은 그랬다. 하지만 오스카가 봤다면 "김주원, 너 이상해. 길라임 아냐?"를 외칠 법했다고 해도 딱히 할 말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길라임 같은 연기를 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어서 문을 열고 도망치고 싶은데 심사위원들이 무언가를 더 요구했다. 다른 장기는 없느냐, 노래나 춤을 보여줄 수는 없느냐는 것이었다. 가무는 음주와 함께라는 지론을 갖고 있어 "2차 예심 때 보여드리겠다"는 턱없는 애드리브를 남기고 부스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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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은 1~2분 내에 끝났다. 도전자들이 자신의 매력을 펼치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1~2분을 위해 도전자들은 최선을 다했을 게다. 참가 지원서 외에도 자신의 프로필을 두툼하게 준비한 사람도 있었고 부스 내 이곳 저곳에 설치된 거울을 이용해 끊임없이 춤을 연습하고 얼굴 표정을 지어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1차 예심을 통해서 수십대1이 넘는 경쟁률 속에 2차 예심 도전자가 결정된다. 프로그램 관계자가 다가와 "2차 예심도 도전해보겠느냐"며 특채의 유혹을 보냈지만 워낙 올곧은(?) 성품인지라 거절했다. "실력으로 통과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도전자들의 열정을 확인하고는 전의를 상실한 이유가 컸다.
역시 2차 예심을 보러 오라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오디션 도전기는 그렇게 끝났다. 단순히 한차례 경험을 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큰 열정을 지닌 도전자들과 절대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적의 오디션`에서 단순히 `기적`만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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