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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돌직구’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의 색깔처럼 담백하면서 솔직한 화법이었다. 오는 31일 종영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 PD였다.
김 PD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난무했던 각종 ‘설’ 또한 해명했다. 이날 참석한 매체만 총 64개 매체로, 지난 1월 열렸던 최승호 MBC 사장 신년 간담회 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렸다.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유혹은 없었다.”
김 PD의 이적설은 방송가에서 오랜 소문이었다. 김 PD는 ‘무한도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며 MBC PD로 남을 것을 강조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나 타사에 간 후배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 회사의 장점을 MBC로 옮겨오고 싶다. 현대카드나 YG엔터테인먼트로 제가 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제가 거길 가서 뭘 하겠나. 다음 주부터 일반 PD로서 개발팀으로 출근한다. 연수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
◇“유재석이 없었으면 ‘무한도전’도 없었다”
“유재석씨는 콘텐츠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 본인의 임무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한다. 쉽게 본인과 타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 더뎌 보일 수 있지만, 제가 본 예능인 중 가장 준비를 많이 하고 노력하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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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등을 제외하고 ‘무한도전’은 13년 동안 매주 토요일을 책임졌다. 어느 순간 ‘대표 예능’이란 책임감도 생겼다. 다음 주 방송에 대한 걱정 탓에 칭찬을 누릴 여유도 없었다.
“아쉬움이 더 크다. 가요제나 역사 특집으로 호평을 받았을 땐 ‘이번 주가 마지막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다음주가 두려웠다.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를 하면서 배달의 무도를 동시에 진행했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랬더니 나중에 공허함이 2배로 오더라.”
◇“가족과 저녁을 먹은 날이 거의 없더라.”
김 PD는 시즌2를 약속하지 않았다. 팬들을 희망고문 시키지 않겠다는 배려였다. 그는 시즌2든 새 포맷이든 ‘무한도전’이란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작하길 원했다. 그는 “13년 동안 저에게 축적돼 있던 스토리텔링을 탈탈 털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당분간은 자신을 채워나가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저는 울지 않았지만 눈물을 보인 멤버들도 있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조세호 등 멤버들은 29일 마지막 녹화와 함께 종방연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 최승호 MBC 사장도 참석,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13년 동안 (‘무한도전’ 녹화일인)목요일에 MBC로 출근한다는 건 하루에 밥을 세끼 먹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멤버들과 ‘다음 주에 서로 MBC 주변에서 돌다가 마주치지 말자’고 농담을 했다. 정기적으로 등산이라도 가자,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해보자 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서서히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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