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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 ‘박쥐’ 등으로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이 지난여름 가수 이정현의 노래 ‘브이(V)’ 뮤직비디오 연출에 나선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시작은 11년 전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이었다. 당시 영화 OST를 만들고 부른 어어부 프로젝트에 마음의 빚을 진 일이 있어 KT가 제작·후원한 아이폰영화 ‘파란만장’(2011)을 찍었고, 영화를 찍으며 이번에는 또 주연배우 이정현에게 신세를 지게 돼 정식으로 다시 뮤직비디오를 찍게 됐다는 것.
박 감독은 “어어부 프로젝트가 ‘복수는 나의 것’ OST에 참여하고 제작사로부터 돈을 떼였는데 내 잘못은 아니지만 미안한 마음에 ‘나중에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면 연출해주겠다’고 했는데 세월이 한참 흘러 연락이 왔더라”라며 “연출료는 당연히 안 받을 생각이었는데, 제작비가 없대서 난감했다. 마침 KT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 프로젝트를 제안해 와 그걸로 영화도 찍고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고 과거 인연을 떠올렸다.
결과는 모두에게 좋았다. ‘파란만장’은 그해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이정현은 이 영화로 배우로 다시 주목받으며 ‘범죄소년’ ‘명랑-회오리바다’ 등에 잇따라 캐스팅됐다.
박 감독은 앞서 언급한 영화 ‘파란만장’과 이정현의 ‘브이’ 뮤직비디오를 모두 친동생인 박찬경 감독과 함께 만들었다. 박찬욱·박찬경 형제는 ‘파킹 찬스(PARKing CHANce)’라는 이름으로 공동 작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 프로젝트 ‘우리의 영화, 서울’을 함께 맡아 진행 중이다. ‘우리의 영화, 서울’은 시민들이 촬영한 서울 관련 영상으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다.
박 감독은 이 밖에 ‘올드보이’ 10주년을 맞아 최근 이 영화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마쳤다. 디지털 버전의 ‘올드보이’는 10년 전 최초 개봉일과 같은 11월21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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