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 파워리더②]'드라마 대부' 신현택 회장, "스타에 목 매지 않는다"

  • 등록 2008-10-25 오후 6:14:19

    수정 2008-10-25 오후 6:16:16

▲ 신현택 삼화네트웍스 회장(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신현택 삼화네트웍스 회장은 '최초' 또는 '최고'라는 타이틀을 한평생을 달고 살았다.
 
신 회장은 국내 비디오 시장은 물론, 드라마 외주 제작 시스템을 개척한 산증인으로도 꼽힌다.

신 회장이 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에 뛰어든 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 국내 최초의 비디오 전문 프로덕션 삼화를 설립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1981년 9월22일 문화관광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영상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영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할 때다.

외화를 수입해 더빙을 입혀 국내 항공사에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신 회장의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그렇게 비디오로 제작한 외화만도 총 3천여 편에 달한다. 그는 그렇게 대한민국 최초로 비디오 시장의 활성화에 앞장섰다.

신 회장은 "비디오 세대를 경험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삼화의 비디오를 보고 자랐을 것이다"며 흐뭇해했다.

영상 제작에 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신 회장은 음반 산업에 투신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일본의 포니캐년과 손을 잡고 음반사 삼포니를 설립해 7년간 합작회사로 운영하다 본격적인 드라마 제작 산업에 뛰어들었다.

1986년 KBS TV문학관 '저 은하에 내 별이'가 외주 제작 드라마, 그리고 신 회장의 드라마 제작 외길의 시초가 됐다. 그러다 88올림픽을 계기로 ‘춘향전’, ‘심청전’, ‘배부장전’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외주 제작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춘향전'을 통해선 고등학교 2학년의 앳된 김혜수가, 심청전에선 고3 소녀 하희라가, 배부장전을 통해선 조연 인생을 걷던 김명곤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첫 주연을 맡으며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신 회장은 당시 '배부장전'의 조연출을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맡았었다는 깜짝 일화도 공개했다.

신 회장은 단막극에서 특집극, 그리고 미니시리즈, 일일극으로 드라마 제작 폭을 차츰 넓혀갔다. 신 회장의 미니시리즈 첫 작품이었던 고두심 주연의 8부작 '남편의 여자'는 평균 시청률 42%의 놀라운 인기를 누렸다.

이것이 대박 인생의 시작이었다. 이를 필두로 신회장은 지금까지 '아내' '불꽃' '목욕탕집 남자들' '명성황후' '애정의 조건' 부모님전상서' 등 화제작들을 꾸준히 양산해내며 지금껏 총 51편, 편수로는 3000여회에 달라는 드라마를 제작해냈다.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는 사이, 그의 드라마를 통해서는 무수히 많은 스타들도 배출됐다. '목욕탕집 남자들'의 김희선, SBS '작별'의 고현정, '불꽃'의 이영애, 차인표, '아름다운 그녀'의 이병헌까지. 때문에 그는 스타에 목을 매는 법이 없다. 스타의 자질이 있는 사람을 찾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스타로 만들면 그뿐이다.

신 회장은 매 드라마마다 주연급 배역에 신인을 꼭 한명씩 끼워 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좋은 연기자를 배출해 내는 일 또한 제작자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자신이 스타를 키웠다 식의 특권의식 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설사 드라마가 히트를 기록하고 그 속에서 스타가 탄생됐다 하더라도 그건 작가와 PD, 그리고 연기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이룬 결실이지 어느 한 사람만의 노고랄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벌려고 27년 전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어느덧 문화인이 되어 버렸다"는 신 회장. 그는 “우리나라 사람만큼 예술성이 강한 국민이 또 없다”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이고, 그런 드라마는 국경을 초월해 사랑 받게 마련이다"며 자신만의 드라마 철학을 거듭 강조해 말했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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