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스포츠 스타의 ‘사생활’과 ‘선수 관리’

  • 등록 2024-07-13 오전 10:57:33

    수정 2024-07-13 오전 10:57:33

전 여자친구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프로농구 부산KCC 허웅. 사진=연합뉴스
성병 전파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도 여성과 성관계를 가져 병을 옮긴 혐의를 받는 경남FC 윤주태. 사진=프로축구연맹
[안준철 스포츠칼럼니스트] 최근 스포츠 스타들의 ‘사생활 논란’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주로 남자 선수들의 ‘성(性) 스캔들’이다.

2023~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십 최우수선수(MVP)인 허웅(KCC)은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3억원을 요구받았다”며 전 여자친구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전 여자친구가 두 차례나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게 드러나 역풍을 맞고 있다.

허웅 측은 “결혼하려고 했다”고 항변했지만 ‘책임감 없는 남자’라는 이미지가 부각되는 분위기이다. 허웅과 전 여자친구는 치열하게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프로농구 대표 선수이자, 흥행 보증 수표인 허웅의 이미지에는 심한 생채기가 났다.

프로축구 경남은 최근 공격수 윤주태와 계약을 해지했다. 윤주태는 자신이 성병에 감염돼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한 여성과 성관계를 가져 병을 옮긴 혐의로 경찰에 상해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았고,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윤주태가 수사 중 경남으로 팀을 옮긴 것이라, 경남 구단에도 불똥이 튄 모양새이다.

국가대표 출신 프로야구 선수는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1년 가까이 만난 여성 팬이 임신을 하자, 이에 낙태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제기돼 충격을 안겨줬다. 이를 주장한 여성 팬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공개했다. 실명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해당 선수가 누구인지 대략 밝혀진 상황이다.

스포츠 스타의 스캔들은 과거에도 많았다. 해외로 영역을 넓히면 그 사례가 더 많아진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활약 중인 트리스탄 톰슨(시카고)은 모델 클로에 카다시안과 사귀던 중 퍼스널 트레이너 마랄리 니콜스와 바람을 피워 아이를 봤다. 이 과정에서 톰슨이 니콜스에게 낙태를 요구하고,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톰슨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실명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축구 스타가 친자 확인 소송 끝에 전 여자친구와 아이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고의로 친자 관계 검사를 피하고, 전 여자친구와 아이가 생활고를 겪는 동안 다른 여성들과 파티를 즐긴 것이 드러나 윤리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스포츠 스타의 사생활은 스포츠 팬은 물론,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관심까지 사로잡는 영역이다. 가십(gossip)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는 스포츠 스타의 사생활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스포츠 스타들도 홍보 차원이나 친근한 이미지 형성을 위해 소셜미디어(SNS)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을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고, SNS에 바로 올릴 수 있다. 정보의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뉴스보다 신속하고 정확하다.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이, 작금의 디지털 시대이다. 사생활을 침해할 요소도 커지는 문제가 있다.

물론, ‘유명하다’라는 수식어가 붙는 스포츠 스타에게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것도 맞는 얘기이다. 거액의 수입과 명예를 동시에 누리는 존재들이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셀러브리티(celebrity)들이다. 누군가에게는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유명인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특히 국내 스포츠에서 많이 보이는 양상인데, 팀 스포츠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 문제로 소속팀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흔히 ‘선수 관리’ 실패라는 프레임이 씌어 진다.

소속 팀으로서도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없다. 오히려 감시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프로 선수는 직업인이다. 일과 시간 이후는 사생활이고, 사생활은 직장인 소속 팀에서 책임질 일은 아니다. 물론, 개인의 스캔들이 소속 팀에도 좋을 건 없다. 이에 별도의 징계나 계약 해지 등을 조치하는 것이다. 다만, 학생들을 지도하듯 통제하는 등의 ‘관리’는 말도 안 된다. 소속팀은 학교가 아니라 직장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관리’라고 할 수 있는 조치는 ‘교육’과 ‘컨설팅’이다. 선수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법적, 윤리적 이슈에 관한 사항을 수시로 교육하고, 컨설팅해야 한다. 그 정도라면 소속 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 또 ‘선수 관리’라는 개념에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SH2C 연구소장(커뮤니케이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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