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율 '첫 마무리 멘토' 정대현 효과 보나

  • 등록 2012-10-09 오전 9:34:23

    수정 2012-10-09 오전 9:34:23

롯데 더블 스토퍼 김사율(왼쪽)과 정대현(오른쪽).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프로야구 선수의 가장 큰 적은 ‘고독’이다. 단체 스포츠이면서도 개인의 성취 없이는 절대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없는 것이 야구다. 타석과 마운드에선 철저하게 혼자다. 승리의 공은 나눠 갖지만 패배의 고통은 홀로 가져야 할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마무리 투수는 가장 외로운 보직이다. 승리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야 하는 자리. 경기의 90%가 지난 상황에서 등장하지만 실패할 경우 200%의 자책감을 떠안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롯데 김사율은 특별히 더 외로운 마무리 투수였다. 그는 올시즌 33세이브를 거두며 롯데 투수로는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그는 롯데 마무리 투수로는 누구도 가 보지 못한 길을 홀로 개척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마무리를 맡은 건 지난해 중반 부터. 이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마무리로 보낸 초보였기에 더욱 힘겨울 수 밖에 없었다.

롯데 선수 중엔 누구도 가보지 못했기에 등 두드려주며 길을 알려 줄 사람을 찾을 수도 없었다. 팀 내 코치나 선배 중에는 마무리 투수의 고독을 100%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김사율은 늘 혼자 싸워야 했다. 때문에 시즌 막판의 부진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그의 9월 평균 자책점은 4.50.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2.33이나 됐다. 한 이닝에 2명 이상의 주자를 꾸준히 내보냈다는 의미다. 마무리로서는 낙제점이었다. 김사율은 고개를 떨궜고 롯데는 9월 14일부터 30일까지 1승1무11패로 무너지며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롯데엔 여전히 김사율이 필요하다. 양적으로는 풍부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불펜. 김사율이 살아나야 준플레이오프부터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롯데도 우승을 꿈꿀 수 있다.

그런 김사율에게 손을 내민 선수가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산전 수전을 다 겪어 본 정대현이 주인공이었다. 무릎 부상 탓에 8월에나 팀에 합류했고 사실상 시즌 내내 재활 성격의 등판을 해야 했다. 누굴 먼저 챙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김사율이 부진에 빠지자 가장 먼저 다가가 등을 두드려줬다.

정대현은 “넌 33세이브라는 엄청난 기록을 갖고 있는 투수다. 나도 해본 적 없는 기록이다. 어차피 마무리 투수는 한 시즌에 5~7블론 세이브(세이브 상황을 지키지 못하는 것)는 하게 돼 있다. 마무리 투수가 팀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안된다. 그 경기 뿐 아니라 다음 경기까지 지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 당당해져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김사율은 “정말 큰 힘이 됐다. 경기의 결과가 아니라 눈 앞의 상황 하나 하나를 막아 나가는데만 신경쓰며 가겠다. 내 뒤엔 (정)대현이 형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말도 누가 해주느냐에 따라 마음에 다가오는 속도와 무게감이 다르다. 정대현의 조언은 그렇게 빠르고 진하게 김사율의 상처에 위로가 됐다.

또 불펜 투수들에게 ‘내 뒤에 나보다 더 좋은 투수가 있다’는 믿음은 보이지는 않지만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무기가 된다. 양과 질 면에서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의 불펜 투수들은 하나같이 “내가 혹 실패해도 뒤에서 다른 투수가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이 더 과감하고 자신있는 승부를 하게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정대현은 김사율이 보다 자신있는 공을 뿌리는데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첫 시도 역시 해피 엔딩이 됐다. 김사율은 8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5-5 동점이던 9회초 무사 1루서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루수 박종윤의 호수비 덕을 보기도 했지만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이닝을 넘긴 덕에 롯데는 연장 10회초 재반격 기회를 얻고 3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8-5로 앞선 10회말은 정대현이 책임졌다. 김사율에겐 승리투수가 주어졌다.

물론 두 투수 모두 언제든 또 한번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정대현이 만들고 김사율이 함께 한 ‘마무리 힐링 캠프’는 일단 만족스럽게 출발ㅣ한 것 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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