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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4일자 37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은교` 종합 베스트셀러 2위, 국내소설 1위. 외국소설 부문 `헝거게임` 4위, `화차` 6위.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의 풍경이다. 최근 가장 `핫(HOT)`한 도서만을 모아놓는 그곳에선 영화 포스터가 띠지로 둘러진 책들을 어렵사리 볼 수 있다.
소설 `은교`는 극장에서도 판매가 된다. 서점 가격은 1만2000원이지만 극장에서 사면 1만원. 여기에 `은교` 영화 표를 제시하면 1000원을 더 할인해준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졌다. 그해 7월 개봉한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시작이었다. 이어 `도가니` `완득이`로 그 불씨가 이어 붙더니 올 상반기에는 `화차` `은교`가 원작의 명성을 스크린에서 재현하고 있다.
이후 9월 `도가니`의 파장은 더욱 컸다. 2009년 6월 출간돼 영화 개봉 전까지 50만부가 팔려던 공지영 작가의 소설은 영화화 이후 무려 35만부가 추가로 판매됐다.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도 기존 50만부에서 12만부가 더 나갔다. 출판 관계자들은 "스크린셀러(스크린+베스트셀러) 중에서도 특히 영화의 덕을 크게 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영화 `도가니`와 `완득이`도 각각 3주, 5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박범신 작가의 `은교`는 기존 5만에서 영화 개봉 이후 10만부가 추가로 팔려 단기간 200%라는 놀라운 매출 증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출판사 측은 "아직 영화가 상영 중으로 20만부는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라며 "순수문학으로는 이례적인 일로 영상매체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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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간 경쟁이 치열한 작품은 판권료가 1억원을 웃돌기도 한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영화제작사 10곳 이상이 관심을 보여 윈더스필름·펀치볼이 공동으로 영화화 판권을 따냈다. 판권료가 1억원 이상에 러닝개런티 조건까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니`도 영화사 측이 공개를 꺼려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공지영 작가의 이름값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 영화화된 전작들의 흥행 성적을 고려하면 최소 1억원, 업계 최고 대우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무로의 한 중견 제작자는 “판권 경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김애란의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 김언수 작가의 `설계자들` 등도 판권 경쟁이 치열했다. 영화계는 새로운 이야기를 상시 필요로 하고,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는 내용이 탄탄할뿐더러 홍보 효과도 좋아 매력적이다. 하지만 억대의 판권료는 부담스럽다. 비싼 돈에 판권을 사고도 계약 기간 내 영화를 만들지 못해 휴짓조각이 되는 때도 있다. 이러면 또 다른 제작자가 해당 판권을 다시 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