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아름 "요즘같이 어려울 땐 억척녀(女)가 사랑받아요"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에서 꿋꿋한 미혼모役
  • 등록 2008-12-05 오전 10:03:53

    수정 2008-12-05 오전 10:03:56


[조선일보 제공] 탤런트 홍아름(20)은 KBS 2TV 주말극 '내 사랑 금지옥엽'이 발견한 뜻밖의 수확이다.

앙 다문 입술, 카랑카랑한 목소리, 고집 세 보이는 커다란 두 눈…. 신인 여자 탤런트들이 가녀린 매력이나 관능미로 승부하는 것과 달리, 홍아름은 나이답지 않은 억척스러움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극 중에서 그녀는 남해 섬마을에 공중보건의로 부임한 장신호(지현우)의 꾐에 넘어가 임신하고 애 아빠를 찾아 서울에 온 보리 역을 맡았다. 바람둥이 신호가 끝끝내 그녀를 받아주지 않자 보리는 홀로 식당에서 돈을 벌며 미혼모로 자립할 준비를 시작한다. 시청자 게시판엔 '요즘 보리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 '보리와 신호가 꼭 이어지게 해달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5일 광화문에서 만난 홍아름은 "요즘 길거리에서 '젊은 처녀가 불쌍해서 어쩌냐'고 손을 잡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을 자주 만난다. 목욕탕에 갔다가 '기운 내. 애기 아빠도 곧 정신 차릴 거야'라는 위로도 들었다"며 웃었다. 까르르 굴러가는 웃음소리만큼은 영락없는 스무 살 소녀였다.

지금은 의욕 넘치는 연기로 주목받고 있지만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건 외모 덕이었다. 서울 잠신고 2학년일 때 게임 모델로 선발됐고 이후 잡지에서 전속 모델로 활동했다. 탤런트 김현주를 닮은 얼굴 덕에 KBS 수목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에서 주인공 김현주의 어린 시절을 맡아 방송을 시작했다. 큼직한 입과 또랑또랑한 눈망울이 탤런트 김현주, 영화배우 강혜정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홍아름은 "그런 말 엄청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더 특이하게 생긴 것 같아요. 약간 더 촌스럽고 외계인 같은 구석이 있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더니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보다 성격파 조연에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생각한다"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혼잣말도 사투리로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할 정도로 연습했다지만 어색한 말투 때문에 지적을 받은 적도 많다. 지난 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지만 일 때문에 휴학했고,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깊이있는 연기를 하기엔 인생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닐까.

홍아름도 고개를 끄덕였다."엄마에게 여러 번 물었죠. '날 처음 가졌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고. 엄마가 '기쁘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했다'고 대답하는데, 엄마 표정이 참 복잡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보리도 이렇게 무섭고 또 기뻤겠구나, 하고요…."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보리는 식당 매니저 동우에게 "사랑도 짐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심더. 그래서 붙잡고 싶었지만, 못 그랬심더…"라고 말한다. 홍아름은 그 장면을 찍으면서 마음이 참 찡했다고 했다. "사랑이 짐이 될 수 있다는 걸 벌써 깨닫다니…. 이미 어른이구나, 앞으로 닥쳐올 새로운 어려움도 당당히 이겨낼 수 있는 아이구나, 싶었어요."

그는 "사람들이 보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꿋꿋한 매력에 용기를 얻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요즘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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