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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소녀시대 ‘지’(Gee), 카라 ‘프리티걸’ MR 제거 동영상이요~’
네티즌들이 가수들의 보컬 추출 놀이에 푹 빠졌다. 최근 네티즌들은 각종 인터넷 연예 게시판에 가수들의 라이브 동영상 중 MR(Music Record, 보컬 없이 음악과 코러스만 녹음된 음원)을 제거한 파일을 올리고 이를 서로 공유하며 가수들의 목소리를 즐기는 '누드 MP3 즐감’이 한창이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신(新)놀이 문화는 굳이 ‘인터넷 폐인’의 산실인 디씨인사이드 혹은 베스티즈 같은 특정 커뮤니티를 들어가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MR 제거’라는 키워드만 넣어봐도 검색되는 게시물이 수백 건이 넘는다.
네티즌들의 MR 제거 놀이는 주로 가수들의 라이브 동영상이 원 소스로 활용되고 있다. 음색 조절 기능이 있는 골드 웨이브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컬이 중심이 되는 음원 대역을 끌어올리고 나머지 부문은 낮춰 가수들의 보컬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가수들의 보컬 추출 놀이에 빠진 이유는 가수들의 라이브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요계는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라는 말을 입증 하듯 오디오형 가수보다 비디오형 가수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획사 대부분이 가수들이 어떤 노래를 들려주느냐 보다는 어떤 무대 연출로 관객들의 시각을 자극하느냐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네티즌들의 보컬 실력 검증 대상으로는 댄스가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동방신기와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를 비롯 비, 보아, 세븐 등 무대에서 퍼포먼스가 도드라지는 가수가 주 타깃이다. 네티즌들은 앞서 언급한 가수들의 보컬 강조 라이브 동영상을 보며 감탄사를 쏟아내기도 하고, 때론 실망감에 좌절하기도 한다.
네티즌의 이 같은 검증 작업에 곤욕을 치른 가수도 여럿 생겨나고 있다. 특히 신인가수 T는 “자기가 부르고 싶을 때만 노래한다”, “립싱크 잘 하네. 기획사는 무슨 생각으로 데뷔 시킨 건지 모르겠다”는 네티즌의 지적을 받으며 온라인 상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A가수 MR 제거 라이브 영상, 음원 좀 올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실력자’들의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음악 관련 테크닉이 발전할수록 가수들이 좀 더 편한 환경에서 손쉽게 녹음을 할 수 있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개그맨이지만 음반을 내고 가수로도 활동한 박명수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줘”라고 눙을 칠 정도로 최근 녹음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또한 이는 21세기 비주얼 가수들의 부족한 노래실력을 커버해 주는 보호막으로 작용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가수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테크닉의 발전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NSI(네티즌 수사대)의 수사력도 함께 증진시켜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수라면 최소한의 노래실력은 이제 필수인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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