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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不惑)의 나이에 이 무슨 가당찮은 치기인가. ‘왜?’라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성공한 가수, 제작자가 배우는 왜?’ 돌아온 대답은 우습게도 “연기가 재밌어서” “시나리오가 웃겨서”였다. 실패가 두렵지 않으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반문했다. “안전한 선택이 늘 안전하던가요?”
“이순신 장군도 말했죠.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잃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게 두렵죠.”
‘영화계 신인’답게 패기가 넘쳤다. 하필이면 왜 경쟁상대가 ‘박쥐’냐는 물음에도 “센 놈과 붙어 깨지면 할 말이라도 있지 않을까요?”라며 호기롭게 웃었다.
‘500만불의 사나이’는 영화 ‘7급 공무원’, 드라마 ‘추노’ 등을 쓴 천성일 작가가 박진영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영화는 대기업 로비자금 500만 달러를 둘러싼 해프닝을 그렸다. 박진영은 “웃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이후에도 1시간 동안 여러 질문이 오갔다. 답변 대부분은 ‘딴따라’로 귀결됐다. ‘딴따라’는 연예인 박진영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다.
그는 그렇게 거듭 자신을 낮췄다. ‘딴따라’의 기준을 따져 묻자 “남을 웃겨야 내가 행복한 사람. 그것이 곧 사는 이유인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인정하는 우리 시대 ‘딴따라’는 남보원, 백남봉, 윤문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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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1994년 ‘날 떠나지마’로 가수로 데뷔했다. 그리고 1997년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그룹 god, 가수 비를 시작으로 원더걸스, 미쓰에이, 2AM, 2PM까지 수많은 가수를 키워냈다. 국내 가요계를 삼분한 대형 기획사의 수장. 그럼에도 여전히 현역을 고집한다. 노래에 연기도 평생 하겠단다. 가요계에선 우스갯소리로 “SM은 돈, YG는 내 새끼, JYP는 내가 중요하지”라고들 한다. 같은 맥락인가 물었다.
JYP만의 색깔로는 ‘자연스러움’을 꼽았다. 한국의 애플로 키워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JYP의 목표는 1위가 아니라 리더가 되는 거예요. 전 직원의 명함에 ‘리더 인 엔터테인먼트(Leader In Entertainment)’라는 글이 사훈처럼 박혀있죠. 독창적이면서 나이, 지역, 시간을 초월하는 문화 콘텐츠를 추구해요. 최고는 욕심 없어요. 애플이 꼴등일 때에도 리더였듯이 JYP도 그러기를 바라죠.”
마지막으로 제2의 박진영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청해봤다. 그는 “열심히 하지 말고 즐기라”고 말했다.
“성공을 목표로 하기보단 도전 그 자체를 즐기라고 하고 싶어요. 만약 실패해도 배운 게 있으니 된 거예요. 단,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임에도 할 수 없다면 그 근처에라도 머무세요. 가수가 꿈인데 안됐으면 가요 기자를 하는 거예요.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선수 할 실력이 안 된다면 의사가 돼서 팀 닥터를 하면 되고요. 늘 사랑하는 것 부근에 있어라. 저는 그렇게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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