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위풍 당당’ 양준혁과 인터뷰 중 슬몃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한가지 있었다. 2001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한 양준혁에게 뉴욕 메츠가 정식 계약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양준혁은 당시 8개구단의 사실상 담합에 의해 미아가 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선수협 창립을 주도했다는 괘씸죄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야 했다. 국내 이적이 불가능하다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양준혁은 에이전트를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었다. 그 중 뉴욕 메츠가 가장 관심이 컸다. 양준혁의 출루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흥 미로운 것은 메츠가 제시한 몸값이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과 함께 연봉 70만 달러(약 8억4,000만원)을 제시했다. 옵션은 빠져 있는 금액이다. 약 10년 전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몸값이 좀 적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냉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 기준에서 당시 계약 규모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양준혁을 크게 인정했음을 알 수 있는 수준이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당시 한국에서 뛰던 타자 중 단연 최고 수준의 제안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일본 프로야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이 붐을 이뤘다. 은퇴 위기에 몰려 있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당당히 제 몫을 하는 경우들까지 빈번히 일어났다. 수요가 많아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선 아직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구대성 이상훈 등도 모두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케이스다.
그 렇다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정확한 규모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물가 상승률 이상의 변화가 있을거란 기대는 할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가와가 양키스 입단(2007년) 당시 받은 연봉은 400만 달러였다.
몸 값의 차이가 실력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검증 된 일본 프로야구와 그렇지 못한 한국 프로야구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 일본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기대치도 적잖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생각하는 한국 선수들에겐 절대 유리할 것 없는 분위기다.
물론 스카우트 한명의 의견이 모든 구단의 공통된 생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이야기 한 진짜 속내였다.
“ 류현진이 해외 진출자격을 얻는 것은 2년 후의 일이다. 내일 일도 알지 못하는데 2년 후의 일을 어떻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더 중요한 건 아직 한화 구단은 아무런 계획도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팅 한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WBC를 통해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선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점이다.”
▶ 관련기사 ◀
☞'6경기 연속홈런' 이대호, 차우찬 넘어 신기록 세울까?
☞SK, 김광현 호투 앞세워 LG에 5-1 승리
☞김광현 "타이틀은 1위 확정 뒤 생각하겠다."
☞[베이스볼 블로그] 양준혁의 애잔하고 절실한 타격 이야기
☞LG, 이형종 임의탈퇴 공시...'군입대보다 재활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