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개그맨 엄용수를 만났다. 입양한 막내딸을 시집 보낸지 10여일이 지난 때였다.
엄용수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더니 역시 그렇다"라며 헛헛한 표정부터 지어 보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딸 현아씨는 이런 아버지가 내심 걱정스러웠는지 "일주일은 시댁에서, 일주일은 친정에서 살겠다"며 전화를 다 걸어왔다. 딸의 마음 씀씀이가 내심 감사하고 기특했지만 엄용수는 "시부모도 모시고 살아야 하는데 그럴 수야 없는 노릇"이라며 단호하게 딸의 청을 뿌리쳤다고 한다.
가슴으로 낳은 딸을 20년간 곱게 키워 출가시킨 그 날. 엄용수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환한 미소로 딸의 앞날을 축복했다.
하늘이 주신 인연으로 맺어진 부녀지간의 연. 아버지의 품을 떠나던 날, 딸 현아씨는 결국 뜨거운 눈물을 왈콱 쏟았다. 아버지와 더이상 한 집에서 살 수 없다는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20년간 한결같은 사랑으로 길러주신 아버지 엄용수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기도 했다.
◇ 20년전 하늘이 내려준 인연... 기적같은 만남 되풀이 되길 기다려
부모를 잃은 두 아이를 20년간 남몰래 키워온 개그맨 엄용수의 감동 사연은 막내 딸의 결혼으로 세상에 알려졌다.(이데일리 SPN 5월11일자 단독 보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그의 선행은 각박한 세상에 따스한 감동을 안겼다.
이번에 20년전 입양한 남매를 모두 출가시킨 엄용수는 "집에서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삶이 그렇게 적적할 수가 없다"며 새로른 가족계획을 밝혔다. 아이를 한 둘 더 입양해 키울 생각이라는 것이다.
젊어서부터 유독 아이들을 예뻐하던 그였다. 부모 없는 두 아이를 입양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노총각 시절의 일이다.
엄용수는 "개와 고양이도 한 울타리에서 살면 친구가 되는데 하물며 사람의 인연이야 더욱 소중한 것 아니겠냐"며 "하늘이 내려준 인연으로 알고 20년전 기쁜 마음으로 두 아이를 받아 들였듯,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또 다른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억지스럽게 새 인연을 찾아 다니지는 않을 생각이다. 20년전 두 아이와의 만남이 그러했듯 분명 '하늘이 선물하는 기회'가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는 게 엄용수의 생각이다.
두 번의 이혼으로 아내가 있었던 순간보다 혼자인 때가 더욱 많았던 그다. 가슴으로 낳은 남매에 친자식까지, 남자 혼자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런 아이들이 있었기에 자신의 생활이 외롭지 않고 더욱 풍요로울 수 있었다고 그는 믿는다.
5월23일 딸 현아씨를 출가시킨 '싱글 대디' 엄용수는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가족관을 생활 속에 적극 실천하며 남은 여생을 더욱 풍요롭게 꾸려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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