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사는 "수능이 내일모레인 고3들이 교실에서 화투를 치고 있을 정도로 요즘 학생들이 화투 때문에 난리"라고 말했다.
서울 한 고등학교 한 학급에선 최근 학생들 소지품 검사를 했더니 화투가 6목이나 나왔다고 한다. 이 학급 담임교사는 "화투를 압수한 뒤 오후에 다시 보니 학생들이 종이로 만든 임시 화투로 계속 노름을 하고 있어서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교무회의에서 '화투' 걱정할 정도
중·고등학교 교실이 최근 들어 도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까지 화투를 갖고 와서 쉬는 시간마다 4~5명씩 짝을 맞춰 패를 돌리는가 하면, 휴일에는 학교 근처 공원에 모여서 화투를 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화투 종목도 오락성이 있는 고스톱보다는 전문 노름꾼들이나 하는 '섰다'(화투 20장으로 하는 노름의 일종)'가 유행하고 있다.
당시 단속을 했던 서울 상계고등학교 생활지도부장 김정일 교사는 "예전엔 학생들이 노름을 하더라도 수학여행 때 호기심과 재미 삼아 화투를 치는 정도였는데 요즘엔 전문 노름꾼처럼 치면서도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 화투가 유행처럼 번지자 학교는 비상이 걸렸다. 교사들의 교무회의나 학생들의 조례·종례시간에 학생들의 '화투' 문제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서울 N고는 최근 교무회의에서 '화투 열풍'의 심각성을 알리고 각 담임 선생님들에게 특별 단속을 당부했다. 근처에 있는 S고는 매주 '교내에서 도박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조례·종례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도박 가르치는 TV와 인터넷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타짜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인터넷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고 일부 카페는 회원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회원수가 3000명 정도인 한 카페는 UCC 동영상 등을 통해 사기도박 기술까지 가르쳐주고 있다. 예컨대 화투 패를 까는 척하면서 다른 화투로 바꾸는 기술과, 제일 윗장을 빼는 척하면서 밑장을 빼는 기술 등을 화면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일부 케이블 TV의 경우 도박의 부작용을 경고한다는 미명 아래, 전직 타짜를 등장시켜 손기술 등을 세밀하게 보여줘 사실상 노하우를 가르치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
서울 N고등학교 김모 교사는 "조폭을 다룬 드라마가 나오면 조폭이 되겠다는 아이들이 나오고 사채업자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면 '사채업자'가 장래희망이라는 아이도 나오지만 도박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중독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