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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걸그룹의 형태는 1990년대 어느날 갑자기 한 기획자의 머리에서 툭하고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최규성 대중음악 평론가는 최근 발간한 저서 ‘걸그룹의 조상들’(부제 : 대중이 욕망하는 것들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를 통해 한국 걸그룹의 태동기를 1930년대로 정의했다. 지금으로부터 83년 전인 1935년 데뷔한 저고리시스터즈가 한국 걸그룹의 원조라고 했다.
최규성 평론가는 “일제침략기와 주한미군의 주둔은 약소국의 비애와 함께 우리 문화에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며 “우리들이 가졌던 과거의 문화와 거역할 수 없는 신문명은 불가피하게 충돌했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걸그룹이었다는 것이다.
최근 세상을 떠난 한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이자 록의 대부 신중현의 부인 고 명정강이 직접 쓴 한국 최초 걸밴드 블루리본의 결성과 해체, 그리고 신중현과 만남도 담겼다.
특히 최규성 평론가는 그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한국 걸그룹의 조상들’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도 개최했다. 지난 2일 서울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시작해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최규성 평론가가 수집한 걸그룹들의 앨범과 의상, 트로피, 라디오, TV 등 시대별 주요 컬렉션과 국내 대표 음악 마니아 홍경택 작가의 펄시스터즈 오마주 작품 등을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