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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최고의 대도로 이름 놀았던 전준호 현 NC 주루 코치가 한 말이다.
도루는 엄연히 개인적인 기록 분야다. 많이 뛸 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팀 동료들의 도움이 특별하게 필요하지는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도루가 왜 팀 플레이라는 걸까.
전 코치는 “도루는 정말 어려운 공격 수단이다. 부상 위험도 있고 체력적 부담도 된다. 또 누상에만 나가면 쏟아지는 견제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도루는 팀의 공격에 큰 보탬이 되는 수단이다. 득점권 찬스에 가는 것 만이 아니다. 투수가 아무리 많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 해도 빠른 주자가 나가면 바깥쪽 빠른 계열(직구,슬라이더)로 던지는 가짓수가 적어지게 된다”며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는 힘들고 겁이 나도 팀을 위해 뛰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땐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희생 번트는 아웃 카운트 하나를 감수하면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전략이다. 같은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도루에서의 희생은 시도하는 선수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정근우는 우리 나이로 서른 다섯살이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정근우는 도루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도루는 내가 온 힘을 다해 야구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더 많이 뛰려 노력했다.
정근우는 이기기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것이 몸에 밴 선수다. 그에게 수비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답은 간결했지만 그 어떤 말 보다 강인했다.
“난 모든 공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몸을 던진다. 무조건 잡는다는 생각만 한다. 그러다 보면 안타가 될 공들이 거짓말 처럼 잡히기도 한다.”
정근우는 지난 10년간 그렇게 몸을 굴렸다. 때로는 공을 향해, 때로는 베이스를 향해. 그리고 그의 노력은 아주 많은 팀의 승리로 이어졌다. ‘사상 첫 10년 연속 20도루 선수’라는 타이틀은 그런 그에게 주어진 빛나는 훈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