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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의 새 영화 ‘회사원’(감독 임상윤)은 평범한 회사, 회사원을 가장한 킬러들의 이야기다. 통쾌한 액션에 회사원의 비애를 녹였다. 소지섭은 후자를 강조했다.
“회사원의 비애를 담고 싶었어요”. 뜻밖이었다.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은 그가 회사원을 말한다는 것이. 소지섭은 “직업이 배우로 다를 뿐 연예인의 생활도 회사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배우에겐 일이 연기잖아요. 일을 잘하면 승진하고 못하면 욕을 먹듯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저 역시도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땐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애를 썼던 기억이 있어요. 극 중 부족한 실력으로 대접만 받으려는 ‘낙하산 부장’ 종태(곽도원 분)같은 사람도 적잖이 만나봤고요.”
소지섭은 영화에서 회사 대표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칭찬하자 무표정한 얼굴로 “사랑합니다” 90도로 머리를 조아려 공감을 자아낸다. “그 장면이 재밌었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현장에서 직접 낸 아이디어였다”고 자랑했다.
그가 극 중 맡은 지형도는 10년 차 킬러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과도한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는 인물이다. 일에 회의를 느껴 회사를 그만두려 하지만, 회사는 그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제 안에 담긴 게 많았어요. 그런데 17년간 충전은 않고 쓰기만 하니 요즘은 좀 고민이 되네요. 배우에겐 경험이 중요하고, 연기로 쏟아내면 다시 경험으로 채워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아 말이죠. 고통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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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온전히 이 생활에 적응을 한 것도 아니다. 소지섭은 넥타이를 바짝 조여 맨 것 같은 갑갑함을 호소했다.“내성적이고 말이 없으며 인간관계가 협소하다”고 자신을 말한 소지섭은 “나는 헐렁한 옷 입고 땅바닥에 앉는 게 편안한 사람인데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으로 갖춰 입고, 갇혀 살려니 답답하고 어색할 때가 잦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먹으면 바로 찌는 스타일로 다이어트에 운동은 필수”라는 말부터 “마흔 전에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 상대를 만날 기회가 없어 걱정이다” 하소연까지. 답이 길지는 않아도 질문을 피하지는 않았다. 등과 어깨, 팔에 새긴 문신이 우리가 모두 알지만, 또 모르던 ‘인간 소지섭’을 바로 말해준다.
“등에 새긴 문신은 ‘다시 태어나도 변하지 않겠다’는 의미예요. 다이아몬드 안에 51K(소지섭이 설립한 1인 기획사), 위쪽으로 건물을 새겨넣은 어깨 문신은 꿈을 잊지 않으려고 넣었고요. 가장 최근 팔에 한 문신은 ‘인생을 즐기며, 사랑하면서 살자!’라는 뜻이죠. 물론 연기할 때 불편함은 있지만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에요. 제 인생 가장 큰 일탈이죠.”
(사진=권욱 기자)